[역경의 열매] 최성권 (3) 명문 미션스쿨 거창고 진학… 학생회 회장 맡아 부흥 앞장

최성권 선교사(오른쪽)가 고등학생 시절 교회에서 학생회장을 맡아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거창 지역엔 두 개의 명문 고등학교가 있었다. 하나는 든든한 자금을 바탕으로 중·고등학교 법인을 세운 대성고등학교, 또 다른 하나는 거창에서 유일한 미션스쿨인 거창고등학교였다. 대성중학교에 다니던 나는 형이 먼저 진학한 학교인 거창고등학교에 따라가고 싶었다. 공부를 잘한다 싶은 학생을 뺏기지 않으려는 대성재단 중학교 선생님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부모님을 설득해 미션스쿨인 거창고로 가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그 결정은 하나님께서 도우시고 인도하신 것으로 여겨진다.

거창고는 전영창 교장 선생님의 숱한 일화로 더 유명한 학교다. 이분은 내가 거창고에 재학할 때는 계시지 않았지만, 거창고를 명문고로 이끈 대단한 분이셨다. 이분이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 학교의 재무 상태는 빚투성이였다. 그는 답답한 나머지 토굴에 들어가 금식하며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아무 응답이 없으니 나중에는 떼를 쓰듯 울며 기도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나님, 정 응답하지 않으시면 서울에 올라가 중앙일간지에 광고 낼 겁니다. ‘하나님 안 계시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학교로 돌아왔더니 서무직원이 놀라운 소식을 보고했다. 미국에서 돈이 왔다는 거였다. 금액은 놀랍게도 빚진 액수 그만큼이었다. 얼마 후엔 미국 크리스탈 교회의 로버트 슐러 목사님이 22만 달러를 보내줘 강당까지 짓는 기적을 체험했다고 한다. 1970년대 당시로는 거액이었다.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 줄 나는 믿는다.

이런 신앙의 줄기를 타고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학생회 회장을 맡았다. 활발한 성격 탓에 친구들이 많이 따랐다. 그리고 강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30명 이상을 전도해 학생부를 부흥시키게 되면서 목사님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성탄절 연극을 하면서 목사님 역할을 맡게 된 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미 하나님은 우리가 알지 못할 때부터 예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컸다. 안과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꼭 가고 싶은 대학이 있었는데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재수라도 해서 재도전하려고 했지만, 재정의 부담을 느낀 아버지의 강한 반대로 꿈을 접기로 했다. 그리고 당시 인기가 높았던 김천에 있는 전문대학 안경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더 큰 꿈을 가졌던 탓에 학교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눈 딱 감고 1년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1학기가 끝나고 몇몇 남학생들이 군에 입대하는 걸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대학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남학생이 도피처로 생각하는 곳은 아마 군대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내에서 누가 언제 입대하는가의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한의 남아라면 어차피 한번은 다녀와야 할 병역의 의무인지라 나는 지체하지 않고 육군 일반병으로 입영신청서를 냈다. 군에 입대할 생각을 하니 2학기 내내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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