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성권 (6) 영성원서 만난 두 목사님 “신학 공부하며 연구하라” 조언

최성권 선교사의 어머니 이정묵 권사가 서울 홍제동에 있는 요나3일영성원에서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아무리 내 힘으로 하려고 해도 안 될 때가 있다. 그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홀로 상황을 극복해보려고 했지만 되레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지곤 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 난관을 돌파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 때 요나3일영성원이 내 곁에 있었다.

요나3일영성원에서 일정이 끝나는 10일째, 나는 원장인 이에스더 목사님과 원목인 장덕봉 목사님을 만났다. 어머니에게 배경설명을 들은 두 목사님은 내게 무슨 연구를 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전력 절감 장치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고,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과거 공군사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장 목사님이 나를 격려하면서 “충분한 지식은 없지만 현재보다는 미래의 아이템으로 가능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동시에 이 원장님은 내게 어머니의 소원대로 신학교에도 입학할 것을 권하셨다. 사실 어머니는 목사님들께 지금 하는 그 연구를 당장 중단하도록 부탁하셨지만, 목사님들은 신학 공부를 하면서 그 일을 병행하는 게 좋겠다는 말로 내게 힘을 실어줬다.

신학교 입학 얘기를 들은 나는 생활비도 부족한 현재 상황으로는 등록금을 낼 수가 없다며 거절했다. 그때 이 원장님이 그건 아무 염려하지 말고 3학년으로 편입학해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고 했다. 순종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어머니는 그때부터 나의 등록금을 위해 목적헌금을 하고 있었다. 이 원장님의 제안으로 내가 신학교에서 학기를 마치고 등록금을 낼 때면 그때마다 영성원은 어머니의 목적헌금을 영성원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이 사실은 내가 졸업하던 날까지 비밀로 지켜졌으며 졸업식 날 “오늘은 반드시 어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라”는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에게 감사를 표했다. 요나3일영성원은 나에게 도움을 주는 기도의 처소였던 것이다.

아울러 나는 보다 큰 관점에서 요나3일영성원에서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짚고 싶다. 그것은 내 인생의 새로운 삶과 목적을 설정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성경 말씀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해 매일 훈련했다. 또 내가 얼마나 교만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기도로 회개했다. 이는 하나님을 되찾은 증거였고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일하신다는 게 믿음으로 다가왔다.

다만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당장 내 삶에 기적같은 큰 변화가 일어난 건 아니었다. 매일 고난과 역경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요나3일영성원에서 내 인생 변화의 시작점을 찍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려움도 많고, 되는 일도 없이 하루 하루 지나가는 가운데 채무 면책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서둘러 채무 면책을 신청했고 통과됐다. 모처럼 빚독촉의 시달림에서 벗어나면서 수원에 있던 선배와 함께 그동안 준비해온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현재 하고 있는 회사의 밑그림이 됐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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