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기독교인은 헌금을 꼭 출석교회에 내야 할까



성탄절을 맞아 보육원에 수백만원어치의 유명 브랜드 패딩점퍼와 케이크 등을 전달한 ‘플렉스(Flex·소비 자랑을 뜻하는 신조어) 부부’ 이야기가 최근 여러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부부의 선행을 다룬 이들 기사에서 적잖은 이들이 주목한 건 “기독교인이지만 헌금을 교회에 하지 않고 1년간 저축했다가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기사 댓글 창엔 “참 그리스도인이다” “개독교인이 아닌 진정한 기독교인을 봤다” “기독교인 싫어하는데 이렇게 교리를 잘 실천하는 분들은 존경한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들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한 이들도 상당수였습니다. 헌금을 교회 등 종교시설이 아닌 취약계층에 직접 기부하는 게 참 종교인의 덕목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꽤 있다는 방증입니다.

‘플렉스 부부’처럼 헌금을 모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에 전달하는 기독교인을 한국교회에서 찾는 건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몇 년 전부터 온 가족이 출석하는 서울의 교회 대신 농어촌 지역 미자립교회에 감사헌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 어르신을 물심양면으로 섬기는 농어촌교회 목회자를 다룬 언론 보도를 접한 게 계기였습니다. A씨는 “출석교회는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기에 정기적으로 드려온 감사헌금을 농어촌교회로 보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출석교회 목회자에게도 양해를 구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설왕설래 중인 이 주제, ‘헌금은 출석교회에만 내야 하는가’는 기독교인의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대체로 ‘출석교회에 내는 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2009년 시작해 지금껏 국민일보 인기 코너로 자리매김한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에도 수차례 등장한 질문입니다. 박 목사의 답변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 드리는 것이 헌금의 정도(正道)다.” 특히 십일조는 “내 것을 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것을 구별해 드리는 것”이기에 사용처를 임의로 정해 처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교회 안팎에서 헌금을 취약계층에 바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교회 신뢰도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실시된 종교인식조사를 보면 한국교회 신뢰도가 굉장히 낮은 수준인데, 이는 비기독교인뿐 아니라 기독교인 가운데도 교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헌금 사용에 대한 성도의 의구심이 커지고 동시에 가나안성도 등 탈교회 교인 증가가 가속화된다면 헌금을 여타 기관에 직접 기부하는 추세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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