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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방곡곡 명품 여행 이끄는 감성 스토리텔러

주경무 문화관광해설사(오른쪽)가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전문 지식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충효당은 서애 류성룡의 종택으로, 1999년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맨발로 마루에 올라 화제가 됐다.


‘문화관광해설사 통합예약시스템’ 메인 화면.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되거나 제약됐던 여행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여행은 이전과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선 양적이고 외적인 여행보다는 질적이고 내면을 키우는 여행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 번을 여행하더라도 ‘수박 겉핥기’가 아닌 제대로 된 명품 여행이 해답이다.

조선 후기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은 ‘사랑하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시원(始原)이 되는 글을 썼다. 그는 1795년(정조 19년) ‘석농화원발(石農畵苑跋)’에서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며 보면 쌓아두게 되니 그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문장을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여행객들은 여행지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지식을 얻는다. 많이 안다고 생각해도 놓치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아는 만큼’을 더 확대해주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바로 ‘문화관광해설사’다.

관광진흥법 제2조 12항과 운영지침에 ‘문화관광해설사는 해당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이해와 감상, 체험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 역사·문화·예술·자연 등 관광자원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관광객의 눈높이로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라고 정의돼 있다. 관광정보를 생산 및 확산시키며, 해당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해서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목적·관심 분야·연령 등이 제각각인 관광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벼운 이야기 위주의 흥미롭고 재미있는 해설부터 역사·문화·자연자원에 대한 전문적 해설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문화관광해설사는 2001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이해 같은 해 1월 ‘문화유산해설사 양성 및 활용 사업계획’이 최초로 수립되면서 등장했다. 이듬해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등 국가적 대형행사를 앞두고 각 지역의 문화유적 정보를 정확히 안내할 수 있는 전문 해설인력을 양성해 국내 문화관광의 올바른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관광객의 우리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와 한국관광의 질적 향상도 도모했다. ‘문화유산해설사’는 2005년 ‘문화관광해설사’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문화유산뿐 아니라 생태·녹색관광, 농어촌 체험관광, 관광지, 관광단지 등 관광의 범주가 꾸준히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관광해설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을 지휘하고, 한국관광공사는 신규 양성(위탁)교육 및 보수교육을 운영하고, 통합관리 시스템을 관리하며, 문화관광해설사 제도를 적극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선발 자격 및 조건 설정, 모집 및 선발, 신규양성 운영 및 위탁, 교육비·활동 비 등 활동 지원, 관광지별 배치 및 운영 등의 실무를 담당한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나 대부분 나이 제한이 없어 연령 폭이 넓다.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나 교직자가 많다. 최근 중년층의 도전도 크게 늘었다. 2021년 12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는 약 3526명이다.

원하는 여행지에 대한 해설서비스를 원한다면 ‘문화관광해설사 통합예약시스템’(www.kctg.or.kr)을 활용할 수 있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주경무(62)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났다. 그는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첨병으로 봉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입암고택’에서 지나치기 쉬운 전문적인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고택의 건축양식부터 마당에 잔디를 심지 않은 이유 등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했다. 해박한 지식과 재치 넘치는 입담에 해설사 예약을 하지 않고 나홀로 둘러보던 여행객들도 귀를 쫑긋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으로 옮겨서도 주 해설사의 얘기가 이어졌다. 좀처럼 발을 노출하는 일이 없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1999년 하회마을 찾았을 당시 맨발로 충효당 마루에 오른 일화도 들려줬다. 당시 충효당 마당에 심은 구상나무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주 해설사는 “유치원생부터 고위직까지 상대하는 층이 다양하고, 누구를 대하든 자료를 보지 않은 채 설명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집에서 미리 리허설해 막힘없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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