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성권 (10) 담임 목사님께 감사의 마음 전하려고 준비한 성지순례

최성권 선교사가 2018년 바쁜 사업을 뒤로 하고 성지순례를 위해 방문한 터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8년 5월 나는 담임 목사님께 성지순례를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사업으로 바쁜데 어떻게 여행을 간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래도 시간을 내기만 한다면 일정을 조율해 보겠다고 했다. 장 목사님이 그해에 책 출간 계획을 갖고 있었기에 의외로 빠른 일정을 잡기로 했다. “6월 4일부터 12일까지 8박 9일간 터키와 로마 여행 일정입니다. 티켓은 터키 항공 비즈니스로 준비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로 한가롭게 여행이나 즐길 처지가 아니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바이어들과의 미팅으로 쉴 틈이 없는 한 기업의 대표였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나를 영적으로 이끌어주신 담임 목사님께 조금이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목사님과 함께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1시간 정도의 비행을 한 항공기는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역만리 낯선 이스탄불이지만 마중 나온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기에 예약된 호텔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터키에서 만난 첫 번째 한국인인 김 집사님의 안내로 한 카페에 들렀다.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에서 만난 그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감사했고, 금세 성령 안에서 하나가 됐다. 비가 내리는 데다 라마단 기간 중인 이스탄불의 분위기는 동방의 아침과 너무나 달랐다. 뭔가 알 수 없는 영적 분위기가 감지됐다. 멀리 보이는 좌측의 유럽 이스탄불과 우측의 아시아 이스탄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사도 바울의 선교여행도 생각났다.

외국어대학교에서 터키학과를 졸업하고 이스탄불에서 직물공장을 경영한다는 김 집사님은 이스탄불한인교회를 섬기고 있었다. 그런데 섬기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께서 터키 경찰과 입국 관련 소송 중에 있어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중보기도의 용사가 돼 삼겹줄처럼 더 단단해졌다. 다음 날 김 집사님의 안내로 코라 교회를 방문하게 된 것은 특별한 기쁨이었다. 터키에서는 ‘카리예 박물관’이라고 알려진 이 교회는 건축된 후 지진과 이슬람교의 탄압으로 무너지기도 했던 곳이다. 또한 내부의 모자이크 성화와 프레스코 성화는 회칠로 덧입혀졌다가 다시 벗겨지기를 반복한 기구한 운명의 교회라고 한다.

원래 코라교회는 4세기 초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건설한 성벽 바깥에 세워진 복합 수도원이었다. ‘시골의 성스러운 구세주 교회’ 또는 ‘야외에 있는 거룩한 구세주의 교회’라는 뜻이란다. 그러니까 ‘교외 시골’이라는 이름의 ‘코라(chora)’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벽면과 천장에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과 제자들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으로 빼곡한 것이 특징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마르마라 해협을 따라 옛날 왕과 왕자, 왕족들의 유배지로 사용됐다는 프린스 아일랜드로 향했다. 그런데 목사님과 나는 바닷가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보다는 소아시아 지역에 복음을 전하고자 했던 사도 바울의 전도 열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길게 늘어져 있는 아시아 이스탄불 방향만 계속 주시했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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