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성권 (13) 목사님이 눈여겨 둔 음식 감쪽같이 사라져 끝까지 추적

최성권(오른쪽) 선교사와 장덕봉 목사가 2018년 6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한 성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마의 감옥은 바울 사도를 꼼짝할 수 없도록 묶었다. 그러나 사도가 감옥생활을 하면서도 성령의 감동 속에 옥중서신을 썼던 것을 보면 감옥은 결코 그를 묶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신약성서에 나오는 4권의 서신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빌레몬서’다. 세상은 그를 목 베어 죽였다. 그러나 인간 바울의 육신은 죽어 사라졌지만 그를 통해 전달된 말씀은 지금까지 우리 안에서 살아 역사하는 성경으로 남아 있다.

트레 폰타네의 감동을 뒤로 한 채 가까운 곳에 있다는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피의 함성이 울리던 것을 생각하면 분노의 감정도 있었지만 고대 로마 최대 원형 경기장인만큼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그 길을 방해한 것은 다름 아닌 동성애자들을 가득 태운 자동차 행진이었다. 현란한 모습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멀리서 포착돼 발길을 돌렸다.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는 성령께서는 매우 민감하게 역사하신다.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은혜에 흠이 되는 것은 곧바로 제거해 주시는 것을 체험하고서 감사했다.

이제 로마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위해 다시 이스탄불 공항으로 갔다. 이때 라마단의 특색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한 사건이 있었다. 공항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먹음직스런 음식을 찾고 있는데, 목사님의 눈에 우리네 대추보다 훨씬 큰 것으로 만든 것이 괜찮아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나에게 물으시기에 맛이 아주 특별하다며 한번 시도해 볼 것을 추천했다. 그런데 목사님이 다시 찾아갔을 때 눈독을 들였던 그것만 감쪽같이 치워져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주방 요리사에게 그게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시큰둥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한데 언제 다시 이스탄불에 오겠나 싶어서 목사님은 끝까지 추적해 보기로 했단다. 아래층 라운지로 내려가면 그것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내려갔던 것 같다. 경력이 있어 보이는 주방 요리사에게 물었더니, 방금 저 뒤편 엘리베이터로 걸어간 여성이 이곳 관리자인데 그에게 물어보라고 알려줘서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직전에 그를 불러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 설명을 했단다. 그러자 위층에 가서 직접 확인하고 오겠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던 것이었다. 잠시 후 내려 온 이 관리자의 말은 라마단과 연장 선상의 일이어서 그렇다며 이해해 달라는 말과 함께 상황 설명을 해줬다.

그 요리를 담당했던 사람이 독실한 이슬람교도인데 밤 8시 30분에 라마단 금식이 끝나면서 그 시간부터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계율에 따라 자기의 일을 정리하고 정상적으로 퇴근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그 음식을 치워둔 곳에 가서 가져오겠다며 목사님을 안심시켰다. 이날 우리는 계율을 지키며 자기 중심으로 살아가는 한 이방 종교인과 타인 중심으로 끝까지 배려하고자 정성을 다하는 한 관리자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렵사리 구한 것을 우리는 함께 나눠 먹으면서 ‘이스탄불에서 만난 즐거운 추억’으로 삼았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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