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성권 (14) 사당동 반지하 공장에서 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까지

최성권 선교사(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2019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이엔포스 전 세계 대리점 콘퍼런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항공기 안에서 나와 장 목사님은 현재 하는 일과 전망에 대해 충분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해외에 지사가 많이 늘어났다는 것과 회사의 경영목표를 월드와이드 비즈니스로 변환했다는 사실을 장 목사님께 말씀드렸다. 그 일환으로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 일본,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에 새로운 사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음을 알렸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의결하면서, 국가마다 비상이 걸린 것이 사실이다.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만드는 곳에서는 당연히 석탄, 석유 화학 제품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는데, 여전히 상당량의 전기는 화력발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기업을 향해 사회적 의무를 다할 것을 요청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큰 문제라 생각했다.

지난 10년의 세월은 순탄할 겨를조차 없이 파란만장했다. 아무것도 없이 맨몸만으로 일을 시작할 때가 생각났다. 사업자금도 없이 기술력만 가지고 이 세상을 헤쳐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놀라운 은혜를 경험했다. 2008년 나는 사채업자한테 6개월 만에 갚겠다고 큰소리치면서 무작정 1억원을 빌렸다. 이 사채업자가 돈을 빌려주긴 했지만 내가 도망가면 큰일 아닌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자기 친형이 용산에서 운영하는 식당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리하여 사당동 반지하 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용산으로 이전하게 됐다.

나는 용산공장에서 만든 전기절감장치 제품을 들고 말레이시아로 갔다. 난생 처음 찾은 타국에서 리홍이라는 말레이시아인의 집에 머물게 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여인이 우리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자기가 직접 제품을 구매해 주고 납품까지 하면서 현찰이 돌기 시작했다.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지만, 이 여성 사업가는 우리 제품을 신뢰했고, 말레이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는 인간의 힘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하나님의 방식으로 꿈만 같은 동남아 진출이 이뤄진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약속한 6개월은 넘겼지만, 9개월 만에 1억원을 들고 사채업자를 찾아갔다. 아쉬운 소리를 하려고 온 줄로만 알았던 나를 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매월 200만원씩 이자를 받기 위해 공장으로 찾아오면 식사까지 극진히 대접하며 이자를 공손히 드려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꼬박꼬박 받아가던 그 재미가 사라졌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리홍의 역할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전체적인 해외 사업 분위기를 이끌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 연결돼 아시아권의 발판을 확장해 나갔다. 2009년에는 스페인으로도 연결이 되면서 유럽으로 뻗어나갈 통로가 마련됐다. 스페인에서는 한인교회를 통해 만난 안수집사님 한 분이 관심을 가지면서 유럽 총판을 맡기로 했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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