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성권 (15) 영국서 엉뚱한 제품 판매로 신용 잃고 유럽 사업 큰 난관

최성권 선교사가 2015년 사업차 방문한 멕시코 통신사 ‘텔셀’ 본사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지분을 투자한다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힘도 덜고 쉬운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젊은 나이에 회사를 죽여놓는 꼴이 되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힘들 바에야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4명의 직원을 데리고 용산에 자리를 잡은 뒤로 중국에 출장을 가는 일이 계속 있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의 현금 결제가 잘 이뤄져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줄 수 있었다. 어느새 직원이 10명으로 늘어났다.

어느 날 직원 2명이 갑자기 출근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원래 좀 뺀질거렸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중 한 명은 내가 특별히 생각해 공장장이라 불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오비이락이랄까. 회사로 출근을 하지 않는 2명의 이상한 행보와 맞물려 묘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당시 유럽 독점권을 가진 스페인의 안수집사님과는 별도로 인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여동생을 통해 영국에 있는 인도 사람과 업무 연결이 됐다. 우리는 배전반과 연결하는 돌출 부분의 전기선을 내성이 강한 흰색만 고집해 사용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영국 내에서 우리 제품과 같은 모양이지만 검은색 전기선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 혼자 위안으로 삼았다. 스페인의 안수집사님이 포항에 사는 장인까지 소개해 줬고 그 어른의 문상까지 갈 정도로 신뢰를 쌓았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출근을 안 하는 직원 중 한 명이 지방에서 우리 제품과 비슷한 걸 만든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런데다가 영국에서 서울 본사로 기술적인 질문을 해왔다. 우리 제품이 분명하다면서 설치한 사진을 찍어 보내온 것이었다. 우리는 써보지도 않은 검은색 선이 분명했다.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소문으로 들었다는 그곳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이미 몇 개월 동안 거기서 겉모양이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영국에도 보낸 것이 확인됐다. 이미 6개월 전부터 터진 사고였는데 이렇게 둔하게 대처한 자신을 질책했다.

이 일은 스페인의 안수집사님이 머리를 굴려 벌어진 일이었다. 우리 회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데도 모든 항의는 우리 회사를 향했다. 어쩔 수 없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고, 이 일은 장기간에 걸친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다.

유럽으로 확산하던 우리의 계획은 난관에 부딪혔다. 엉뚱한 제품으로 둔갑해 팔려나간 뒤로 회사의 신뢰도마저 추락하게 됐다. 2년의 수고로 개척한 유럽의 일들을 모두 접어야 했다. 분한 마음과 배신감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참담한 마음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를 성령님께서 붙잡아 주신 계기가 됐다. 성경 말씀 가운데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는 시편 119편 71절 말씀과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는 베드로전서 5장 7절 말씀이 큰 위안이 됐다. 뭘 하든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마음을 주셔서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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