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성권 (16)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등록… 정부와 공기업 문의 빗발쳐

최성권 선교사가 2016년 경기도 중소기업 포럼에서 전력개선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민사소송은 7년간 이어졌다. 상고심까지 최종 승소로 마무리된 때는 2019년이었다. 법정 소송 중에도 유사 제품은 독버섯처럼 번져나갔다. 해외 바이어들 중에서 정품과 가짜인 짝퉁을 구별할 줄 모르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때는 속이 쓰렸다. 다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러시아 철도 회사와 MOU(업무협약)를 맺으면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 고무적인 일이 됐다. 2012년도에 그 회사의 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그 부사장은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을 만나 전기절감장치 회사인 이엔포스를 아느냐고 물으면서 이번 기회에 그 회사를 방문해 계약을 하려고 한다는 말을 했단다. 그런데 우리 외교부는 “그런 작은 회사는 모른다”는 한 마디로 말로 묵살했다고 한다. 러시아 철도 회사 부사장은 “이런 소중한 자산도 모르고, 회사의 크기만 생각하는 이상한 사람들이었다”며 나를 만나는 순간 그 얘기부터 들려준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를 수시로 왕래하며 전기절감장치를 납품했고, 많은 곳에 우리 제품이 설치됐다. 그런데 2014년 소치올림픽에 모든 예산을 집중시킨 푸틴의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 그들의 상황을 봐서 대금을 받을 수 없겠다는 판단에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17년 조달청 성능시험을 통과해 조달 우수제품으로 등록된 뒤부터다. 번번이 조달청 성능시험에서 탈락한 수배전반 전문업체에서 협업을 요청했다. 수배전반이란 고압의 전기를 저압으로 변환해 사용처로 보내는 장비다. 우리 제품을 자기네 수배전반에 장착해 전력품질의 향상을 인정받으면 성능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조달청 시험관들 앞에 제품 개발자인 내가 전기절감의 원리를 설명하고 호평을 받았다. 이후 조달청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정부기관과 공공기업에서 우리 제품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하나님이 마음껏 날아보라고 내 어깨에 달아준 날개였다.

나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30여개국에 특허를 신청해 모두 승인을 받았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몇몇 사업자들과 연결해 꾸준히 우리 제품을 알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조달청 조달 우수제품으로 등록되면서 미국에서 내가 직접 이 사업을 펼쳐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담임목사님께 미국에 가서 사업을 펼칠 계획을 얘기했다.

지금 나는 하나님의 일이 시작됐음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여호와의 깃발이 높이 들려서 펄럭거려야 하는 시점이라는 강한 사인 말이다. 여호수아가 아말렉 군사들과 전투할 때 모세는 기수의 역할을 했다. 모세의 손에 하나님의 깃발이 높이 들려 있기만 하면 여호수아의 군대는 이기게 돼 있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군대로 부름받아 하나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항상 깨어있어 기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세만 기수 역할을 한다는 건 벅찬 일이다. 모세의 손이 내려오지 않도록 아론과 훌이 팔을 받친 것처럼 여호와의 깃발은 함께 들고 있어야 한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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