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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저성장 터널 앞에 선 한국경제… 한은, 금리인상 멈출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년 반 새 3% 포인트 인상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는 1%대 초중반 저성장이 불가피해졌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만큼 물가는 잡을 수 있지만 경기는 침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할 때가 아직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하는 정부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3일 연 3.25%였던 기준금리를 3.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2021년 7월 연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약 1년 반 만에 3% 포인트 급등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기준금리 인상 결정 이후 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에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봤는데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이를 바라보는 정부는 복잡한 심경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지만 1%대 저성장 전망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경제 지표는 일제히 부진한 모습이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9.5%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무역 적자는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재계의 경기에 대한 판단이나 전망 등을 조사하는 전 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지난해 12월 74를 기록해 2020년 10월(74)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고심하는 흔적이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한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적혔던 문구가 이번에는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로 바뀌었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이 포괄적인 의미의 ‘긴축’으로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점검할 요소로는 ‘성장 하방 위험’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보다 먼저 제시했다. 또 한국 경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파급 효과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로 올릴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IB) 스탠더드차타드(SC)와 미국계 IB JP모건은 이번 인상기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가 3.5%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은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인플레이션율이 3%대까지 내려간다는 한은의 전망을 고려하면 물가 안정이 경기 부양보다 중요하다는 기존 공식은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 기대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 변수가 있어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의 경중을 따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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