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신 하나님은 악과도 합력하여 선을 이뤄내”

인간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연재해 속에서도 하나님의 공의와 선하심은 변함이 없다. 메수트 한제르씨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강진 피해로 숨진 딸의 손을 붙잡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A: 세계 도처에 재난이 끊이지 않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무신론자들은 악의 존재를 거론하며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애초에 신을 믿지 않으면서 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자가당착의 오류다. 진화론자는 태풍과 지진을 자연계의 활동으로 보며 진화 과정에서 생명체의 발생과 소멸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신과 악의 문제 못푸는 종교들

‘크리스천 사이언스’라는 이단 단체는 악과 질병과 죽음을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말이 되지 않는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죽음을 환상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눈물의 무게를 부정하는 것이다. 업보 교리를 핵심으로 하는 불교와 힌두교는 피해자들의 희생을 전생의 업보에 따른 불행한 사고로 볼 수밖에 없다.

뉴에이지와 범신론은 모든 것을 신으로 여기고 악의 실재를 부정한다. 그렇기에 이 땅에 존재하는 악과 고통을 나쁜 것으로 규정할 수조차 없다. 이슬람교는 알라가 정해준 숙명이라는 정명론 때문에 피해자들을 불쌍하게 여길 근거가 없다. 이처럼 각각의 종교들은 나름대로 도덕률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신과 악의 문제에 대해 일관성있는 설명을 제공하지 못한다.

태풍·지진 같은 ‘자연적인 악’과 전쟁·범죄처럼 인간의 자유 의지와 연관된 ‘도덕적인 악’은 생각보다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자연재해가 대개 인재의 특징도 함께 지니고 있다고 본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은 역사상 극심했던 기근 사례들을 분석한 뒤 극심한 기근은 식량의 생산과 보관, 분배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민주주의 정부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결론냈다.

많은 재해가 인재에서 비롯

2013년 11월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엔으로 8000여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한 적이 있다. 스티븐 네럼(콜로라도 대학교) 교수는 슈퍼 태풍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 이유로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지적했으며, 케리 임마누엘(MIT대) 교수도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2020년 중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댐인 샨샤댐으로 인해 생긴 막대한 수증기량으로 형성된 집중 강수를 그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사망자만 5만명을 넘어선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사태를 보자. 이미 큰 지진을 여러번 겪은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발생을 염두에 둔 건축법을 알고 있었고, 지진세를 걷었다. 하지만 부패한 권력으로 효과적인 행정감독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골든타임’을 놓쳐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람의 실수가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기독교가 하나님의 존재와 악의 문제에 대해 가장 일관성 있는 답변을 제시한다. 구약성경의 욥은 낙뢰, 돌풍, 산적들로 열명의 자녀와 재산과 건강을 잃었다. 욥의 질문에 하나님은 자연계의 물리적 구성과 운영 원리도 알지 못하면서 고통의 문제에 대해 전능자를 탓하지 말라고 답하셨다(욥 40:2).

하나님의 공의·전능하심 신뢰해야

하나님은 욥에게 합리적인 이해나 맹목적인 믿음을 원하는 대신 하나님의 공의로움과 선하심과 전능함을 신뢰하라고 요구하셨다. 우리는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선하신 하나님은 ‘악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합력해 ‘선’이 되게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롬 8:28). 죽음과 고통, 악이 없는 하나님 나라의 성취는 우리 모두의 궁극적 소망이다.

예수님은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18명이 죽었을 때 그들의 죄가 더 무거워 죽은 것이 아니라고 하시며 청중들에게 회개를 촉구했다. 기독교는 타인의 불행한 사고에 공감한다. 아울러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며, 죽은 뒤 하나님의 심판이 있음을 주지시키며 자신의 회개를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성경은 악의 문제를 하나님 중심 관점에서 보게 만든다. 하나님은 자연재해와 이 땅의 불완전함을 통해 천국을 더 갈망하기를 원하신다. 동시에 예수님은 고난당하는 자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힘써 사랑하라는 명령을 주셨다. 끔찍한 자연재해 속에서 누군가 “신이 있다면 이렇게 많은 악은 어디서 왔는가”라고 묻는다면 “신이 없다면 이렇게 많은 선은 어디서 왔는가”라고 되물었던 어거스틴의 지혜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피해자와 유족들을 더 섬기고 사랑하자.

김기호
한동대 교수·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고통의 문제
하나님이 전능하고 선하신 분이라면 왜 세상에 악과 고통이 있는가. 이 질문은 신정론의 핵심 주제다.

루이스는 고통이 야기하는 지적인 문제를 하나님의 성품, 인간의 고통, 동물의 고통, 지옥, 천국이라는 주제로 씨름한다. 뛰어난 설명이 가득하지만 결국 고통을 겪고 있을 때에는 작은 인정과 하나님의 사랑을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루이스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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