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2차 북미정상회담서 진전 희망" 톤 조절…美일각 신중론

'슈퍼 매파' 볼턴, '톱다운' 필요성 제기…대북 압박성 메시지도 담아
협상 난항시 美 내부 회의론 등에 업고 강경 태세 복귀 가능성 여전

 
트럼프 대통령 옆 볼턴 보좌관
(부에노스 아이레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 모처럼 북한 문제에 입을 열었다.

북미협상이 답보를 계속하는 가운데 볼턴 보좌관이 일단 평소의 대북 강경발언을 자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 의지를 재확인하며 '톤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고경영자(CEO) 카운슬' 행사에 참석, 문답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들(북한)은 지금까지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며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하나의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자신들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들을 완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탈만 하다"고 주장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북한)을 위해 문을 열어놨다. 이제 그들이 걸어들어와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다음 (북미정상)회담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의 이런 발언은 1월이나 2월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다며 직접 북한에 대화 시그널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를 1월이나 2월로 특정해 언급한 것은 물론 세 군데의 장소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인 3일엔 북미 간 판문점 채널이 가동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진의에 대한 북한 측의 탐색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회담 일정 논의 등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에도 답보가 계속되던 북미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재차 활로 모색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날 발언으로 볼 때 볼턴 보좌관 역시 대북 강경 태세를 일단 접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보폭 맞추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대북 강경론을 주도해온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는 대북 압박성 메시지도 담겨있다.

볼턴 보좌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이라는 전망의 전제로 '북한이 지금까지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협상에 임해온 북한의 태도에 불만을 내비치면서 성의 있는 자세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외교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열어둔 문으로 북한이 걸어들어와야 한다는 부분 역시 답보 상황의 타개를 위해 북한이 움직여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사 의지에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난항이 계속되거나 2차 담판 테이블에서도 마땅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볼턴 보좌관을 비롯한 매파가 다시 강경한 목소리로 재등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1차 북미정상회담 전 '리비아식 모델' 거론을 서슴지 않으며 대북 압박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도출한 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1년 내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는 등 재차 대북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간선거 이후 북미협상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으려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신중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상징성이 컸던 첫 회담과 달리 두 번째 정상회담인 만큼 이번에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담보된 상태에서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볼턴 보좌관의 2차 북미정상회담 발언과 관련해 "북미정상회담을 해봤지만 (비핵화의) 첫 번째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그런데 왜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에번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NYT에 "김정은을 다시 만나는 것이 트럼프를 이용해 시간을 벌고 제재완화를 노리는 김정은의 전략을 승인해주기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장도 트럼프 행정부가 확실한 진전을 보려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신중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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