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역사 속 피자

마르게리타 피자


필자가 밀라노 무역관 근무 때 정통 오리지널 피자를 먹기 위해 일부러 나폴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화덕에서 구워내는 나폴리 피자는 아주 얇고 평편한 게 특징이다. 기실 이러한 평편한 피자는 음식을 담아 먹는 용도로 탄생되었다. 기원전 10세기경 이탈리아 에트루리아인들은 청동접시를 쓸 형편이 안 되어 돌 위에 구운 평편한 빵을 접시 대용으로 썼다. 그들은 음식을 다 먹은 뒤 이 빵에 허브를 올려 올리브유에 찍어 먹었다. 그런데 이 접시 대용 빵을 지금의 피자로 발전시킨 사람들은 이후 나폴리 근처에 살았던 그리스인들이었다.

기원전 8세기부터 약 600년간 이탈리아 남부를 다스렸던 그리스인들은 에트루리아인들과는 달리 돌 위에 빵을 굽지 않고 화덕을 최초로 도입했을 뿐 아니라 반죽에 미리 토핑을 올리고 누룩을 사용해 빵을 부풀렸다.

그 뒤 피자는 서민들의 식사대용이 되었다. 18세기 항구도시 나폴리 노동자들은 노점에서 아침식사나 점심 대신에 피자 조각을 사 먹었다. 어부들은 바다로 나가기 전 마늘을 얹은 피자로 배를 채워 어부 피자 곧 ‘피자 마리나라’가 생겨났다.

이후 피자가 이탈리아 국민음식이 되는 데는 한 상징적 사건이 있었다. 나폴리 요리사 에스포지토는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사보이 왕가의 움베르토 왕과 마르게리타 왕비에게 바치는 특별한 피자를 만들었다. 그는 전통적 피자 토핑인 토마토와 바질에 모차렐라 치즈를 추가해 초록, 하양, 빨강으로 된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피자를 만들었다. 이탈리아 통일 기운이 높아지던 시대 흐름과도 맞았다. 마르게리타 왕비가 극찬한 이 피자는 이후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국민피자가 되었다. 이 피자가 바로 그 유명한 ‘피자 마르게리타’이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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