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칭기즈칸의 육포

육포


13세기에 칭기즈칸의 몽고군이 중국 대륙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 일대를 순식간에 정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바로 신출귀몰한 기동력 덕분이었다. 몽고군 한 명이 서너 마리의 말을 끌고 다니며 갈아타 하루 200㎞를 달리기도 했다. 당시 유럽인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속도였다. 러시아와 유럽은 전광석화와 같은 몽고군의 기습에 혼비백산했다. 칭기즈칸이 정복한 땅은 알렉산더대왕, 나폴레옹, 히틀러 세 정복자가 차지한 땅을 합친 것보다도 더 넓었다.

고대로부터 대규모 부대가 움직일 때는 그 뒤를 따라가며 식량과 보급품을 지원하는 보급부대가 있어야 했다. 어떤 때는 전투병보다 이러한 보급부대 인원이 더 많았다. 그러니 대규모 보급부대와 같이 움직이는 전투부대는 기동력이 빠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몽고군은 이러한 보급부대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어 기동력이 탁월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몽고군은 자기 먹을 걸 말안장 밑에 갖고 다니며 스스로 식사를 해결했다. 그 안장 밑 음식이 바로 육포가루였다. 몽고군은 햇볕에 바짝 말린 육포를 절구에 넣고 곱게 간 일명 ‘보르츠’를 소 위나 오줌보를 깨끗이 씻고 그 안에 넣어 안장 밑에 깔고 다니며 먹었다. 소나 양의 오줌보에 소 한 마리분의 보르츠가 들어갈 뿐 아니라 부피가 작고 가벼워 운반이 쉽고 2∼3년 장기 보관해도 상하지 않았다.

서너 숟가락의 육포가루만 물에 타 먹어도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바짝 마른 육포가루가 뱃속에서 서서히 부풀어올라 공복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한 봉지의 육포만 있어도 1주일치 비상식량이 됐다.

특히 전쟁 중에 불을 피워 조리할 필요가 없어 적에게 노출되지도 않았다. 이게 바로 몽고군의 신출귀몰한 기습작전이 가능했던 이유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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