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먼지는 작은 티끌… 티끌은 티·먼지의 총칭



(초)미세먼지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요즘 절감합니다.

‘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티끌입니다. 세종 때 간행된 한글책 ‘석보상절’에 먼지가 보입니다. ‘몬재’의 모습으로. ‘몬’은 뜻이 분명치 않지만 ‘재’는 불에 타고 남는 가루인 재로 보입니다. 지금도 먼지를 ‘몬지’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요. 몬재가 발음이 쉬운 몬지로 변해 쓰이다 먼지가 된 게 아닌가 합니다. 티끌은 티와 먼지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티는 먼지보다 조금 큰 가루로 작은 부스러기이지요. 티끌을 粉塵(분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粉은 쌀(米, 미)을 부순(分, 분) ‘가루’, 塵은 사슴(鹿, 록)들이 땅(土, 토) 위를 내달릴 때 일어나는 ‘흙먼지’를 뜻한다 하겠습니다.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애굽에서 탈출한 출애굽. 애굽은 원래 이집트의 한자 음역인 애급(埃及)입니다. 埃로 줄여 쓰지요. 埃도 먼지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집트(Egypt)를 ‘에집트’로 발음하면서 유사음인 埃를 썼는데 흙먼지 날리는 사막의 이집트를 나타내고자 한 건 아닐까요.

아궁이 재(먼지)는 거름으로 쓰이는데, 인간이 뿜어대는 (초)미세먼지는 독물질입니다. 동네 헬스장이나 커피집에 차를 끌고 가는 사람 등이 정신 차리지 않는 한 마스크로는 어림없는 날이 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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