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불이야 불이야…” ‘부랴부랴’



“불났어요, 불이야….”

내가 많이 자라서 처음 학교에 들어갈 무렵, 친구 명숙이의 동생 철식이는 사발밥을 비울 만큼 커서까지 엄마 젖을 빨아먹었는데, 그날도 부엌에 들어와 젖 달라며 울고불고 난리였다 합니다. 놈에게 잠깐 젖을 물리느라 엄마가 깜빡하는 바람에 아궁이 불이 나뭇간으로 옮겨 붙어 집이 홀랑 타버렸지요. 철식이는 그 난리가 저 때문에 났는데도 젖이 아쉬웠는지 연신 입맛을 다셨었는데….

아궁이에 불을 때서 살던 시절에는 동네에 불이 종종 났지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이웃들은 십시일반 정을 모아 사정 딱한 그들의 버팀목이 돼 주었습니다.

“그날 아버지가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고향에 내려갔으나 이미 운명(殞命)하셨다는….” ‘부랴부랴’는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지요. 불났을 때 다급히 외치는 ‘불이야 불이야’가 소리 나는 대로 변한 것입니다.

불로 인한 재앙, 재난인 火災(화재)는 번개 등에 의한 자연발화, 논두렁을 태우거나 하다 실수로 내는 실화(失火),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놓는 방화(放火)로 일어납니다. 災. 불에 불꽃이 이글거리지요. 사람들이 불을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국회가 여론의 매를 맞고 나서 소방 관련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지요. 놀다 부랴부랴 할 일이 아니었는데. 뭔 일이든 제때 제대로 해야 합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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