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하얀 얼음 결정체 ‘눈’… 비로 쓰는 雪



첫사랑의 향기가 날 듯한, 교통을 엉망으로 만드는, 전방 제설작업의 원흉이던, 대기 중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내리는 하얀 얼음 결정체. ‘용비어천가’에도 나오는 ‘눈’입니다. 얼굴의 눈은 짧게, 이 눈은 좀 길게 발음합니다.

雪(설). 눈이지요. 雪은 원래 雨(비 우) 밑에 彗(비 혜)가 붙은 글자였습니다. 彗는 방 같은 데를 쓰는 비. 하늘에서 뭔가가 내리면 비로 쓰는 것, 눈이라 하겠습니다. 비로 깨끗이 청소를 하면 마음이 맑고 밝아지지요. 彗는 밝은 빛의 꼬리를 달고 직선으로 가는 혜성(彗星)에도 들었습니다. 마음이 깨끗해지면 지혜(慧)로워지고.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육이오 때 흥남철수. 영화 ‘국제시장’에도 보이는 흥남부두의 생지옥이라니. 그 흥남 아래 원산을 떠난 배가 이쪽으로 왔는데, 여러 생각이 듭니다.

눈보라의 ‘보라’는 잘게 부스러지거나 한꺼번에 많이 가루처럼 흩어지는 눈이나 물 같은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물이 쏟아져 바위에 부딪치며 생긴 무지갯빛 보라가 참 예쁘네.” 눈보라, 물보라처럼 씁니다.

아름다운 평창에서 축제가 시작됐지요. 쇼트트랙 같은 빙상(氷上), 스키 같은 설상(雪上) 경기가 열립니다. 氷雪은 얼음과 눈인데, 깨끗한 마음씨를 비유하기도 하지요. 氷雪 같은 가슴으로 착한 경쟁에 나설 이들을 응원합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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