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들불처럼 번지는 ‘요원의 불길’



매우 빠르게 번지는 벌판의 불길이라는 뜻으로, 무서운 기세로 퍼져가는 세력이나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번져가는 형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지요. ‘요원의 불길’입니다. ‘반역의 군부가 휘두르는 총칼에 분노한 시민들의 저항이 요원의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다’처럼 씁니다.

요원(燎原)은 ‘불타는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불벌’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요새같이 매우 건조한 상태에서 산이나 들에 불이 났다고 생각해보면 요원의 불길의 기세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거기다 바람까지 분다면 말할 것도 없겠고.

燎는 태우다, 타다, 불을 놓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若火之燎于原(약화지요우원). ‘마치 언덕에 불이 난 것 같다’는 뜻입니다. 燎原은 상서(尙書)라고도 하는 서경(書經)의 이 구절에서 비롯된 말이지요. 原은 턱진 곳에서 샘(泉, 천)이 발원하는 모양의 글자입니다. 산기슭이나 들을 걸을 때 가끔 샘물이 솟는 것을 보게 되지요. 그게 原입니다.

“요원의 들불처럼 번지는….” 가끔 이런 말을 듣는데, 겹쳐진 표현입니다.

세상 ‘더러운 욕망’의 언덕에 불이 붙었습니다. ‘미투 운동’이 요원의 불길같이 번지고 있지요. 시커먼 마음에 더러운 손, 이런 못된 것들을 싹 태워버려야 할 때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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