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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명희] 명품백의 용도



하나의 물건을 산 뒤 그에 어울릴 만한 물건을 계속 구매하며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가운을 서재에 걸어놓고 난 뒤 초라해 보이는 서재 안의 다른 가구들을 모두 바꿨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의 낡은 가운은 자신이 주인이었는데 선물 받은 새 가운에 대해서는 지배를 당했다고 묘사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은 1899년 출간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지각없이 행해진다’고 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심리다. 향수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샤넬 No. 5나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 판매량을 제한해 희소성을 높이고 있다.

명품을 구매하는 것은 과시욕구와 자기만족감 때문이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명품 쇼핑으로 해소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욜로 세대들은 순간의 행복을 위해 수백만원 명품백도 척척 산다.

명품백은 뇌물 전달 수단으로도 쓰인다. 정두언 전 의원이 어제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재미사업가로부터 3만 달러가 담긴 3000만원 상당의 에르메스백을 받았다가 두 달 뒤 시끄러워질까봐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40만원 상당의 루이비통백에 현금 1억원을 넣어 김 여사에게 전달한 정황도 확보했다고 한다. 007가방에 1만원권을 꽉 채우면 1억원, 골프백엔 2억원, 사과상자엔 2억4000만원이 들어간다. 2009년 6월 5만원권이 생기면서 뇌물도 ‘폼나게’ 명품백에 담아 전달할 수 있게 됐으니 진화라고 해야 할까. 명품백도 받고 돈도 받았으니 일석이조라고 해야 하나.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전직 대통령 부부의 끝없는 탐욕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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