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봄, 꽃, 그리고 생명

김테레사, ‘고향의 봄’, 종이에 수채물감. 1988


하얀 화폭에 그어 내린 붓의 스트로크가 경쾌하다. 굵은 붓에 원색의 물감을 듬뿍 묻혀 새 싹이 움트는 산과 붉은 태양, 활짝 핀 꽃을 부드럽게 표현했다. 상형문자 같은 선들이 조화를 이루며 매혹을 선사한다. ‘붓’으로 봄을 예찬한 작가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인 김테레사이다. 작가는 조물주가 만든 아름다운 세계를 수채물감으로 스피디하게 형상화했다. 잘못된 부분을 손볼 수 있는 유화와는 달리 수채화는 수정이 불가능해 자신 있게 붓을 휘둘러야 한다. 따라서 수채작업을 잘 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타고났음을 가리킨다.

김테레사는 작은 체구의 아티스트지만 그의 화폭엔 힘찬 에너지가 넘친다. 풍경, 발레리나, 말, 투우, 피에로 등 다양한 소재를 넘나들며 대상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빙빙 돌리지 않고, 정수를 끄집어내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학원 시절 사진으로 두각을 보였던 그는 결혼과 함께 뉴욕으로 건너가 미술명문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드로잉, 유화를 치열하게 연마했고, ‘고향의 봄’을 읊조리다가 일련의 추상풍경을 완성했다. 1970년대 말 뉴욕서 그의 작품을 접한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대다수 작가들이 중간색을 쓰며 멈칫거리는데 김테레사는 원색의 세계로 거침없이 뛰어든다. 수채추상도 새롭다”며 전시를 추천했다. 이후 귀국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작품은 솔드아웃됐다. 올해로 그림을 그린 지 40년, 사진작업을 한 지 50년이 된 그는 춤솜씨, 글솜씨도 빼어나다. 요즘은 작곡에 심취해 있다. 늘 ‘Why Not?’을 외치며 도전을 마다않는 그는 “아마 관 뚜껑이 닫혀도 ‘똑똑’ 두들길 걸요?”라며 웃는다. 정말이지 못 말리는 ‘청춘작가’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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