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판 ‘머니볼’… 가난한 구단 ‘가성비 야구’ 돌풍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좌익수 리스 호스킨스와 중견수 오두벨 에레라, 우익수 애런 알테르(왼쪽부터)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미국프로야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5대 3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며 필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이날 승리로 15승 8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뉴욕 메츠(15승 7패)에 0.5게임차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AP뉴시스


2012시즌부터 작년까지 암흑기… 팀 연봉 총액, MLB 전체서 24위
연봉 낮은 신예·무명 선수들 성장… 젊은 감독 리더십도 상승세 한몫


당초 약세로 지목됐던 미국프로야구(MLB)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저연봉의 무명 및 젊은 선수들의 투지를 앞세우며 승승장구, 시즌 초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베테랑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32)의 관록과 게이브 캐플러(43) 감독의 젊은 리더십도 필라델피아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필라델피아는 26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아리에타의 호투에 힘입어 5대 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필라델피아는 15승 8패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지구 선두 뉴욕 메츠와의 격차를 반게임으로 줄였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필라델피아의 현재 상승세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필라델피아는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포함, 2007∼2011년 5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 강호였지만 이후에는 암흑기를 겪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 시즌엔 지구 꼴찌에 머물렀다.

미국 스포츠 연봉 정보 사이트인 스포트랙닷컴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는 올해 MLB 30개 구단 가운데 연봉 총액이 24위(9600만 달러·약 1040억원)에 불과하다. 최고 부자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2억3500만 달러·약 2540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암흑기 동안 모은 유망주 자원을 바탕으로 필라델피아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필라델피아 상승세의 중심엔 외야수 리스 호스킨스(25)가 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에 지명된 호스킨스는 지난해 처음 빅리그(50경기)에 나섰다. 17경기 만에 10홈런을 달성하며 데뷔 후 최단 기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더욱 정교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이날 현재 타율 0.324 4홈런 19타점을 기록 중이다. 젊은 기대주 오두벨 에레라(27)와 세자르 에르난데스(28)도 힘을 보태며 호스킨스와 팀의 공격수 트리오로 자리잡았다. 에레라는 타율 0.333 9타점, 에르난데스는 0.313 2홈런 10타점으로 개인 최고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투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아리에타다. 2015년 NL 사이영상 수상에 빛나는 아리에타는 자유계약선수(FA)로 팀에 합류했다. 한때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대어로 불린 아리에타는 계약기간 3년, 총액 7500만 달러(약 810억원)의 저렴한(?) 조건으로 영입됐다. 이전 팀인 시카고 컵스가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를 영입하며 떠밀리다시피 한 아리에타는 하락세라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아리에타는 시즌 3승(무패)에 평균자책점은 1.82로 언터처블 수준이다. 팀 내에서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구심점으로도 활약하며 어느덧 필리스 전력의 핵심이 됐다.

신임 캐플러 감독의 리더십도 부각되고 있다. LA 다저스 육성 부문 총괄로 신예 선수들을 키우는데 일가견을 보여준 캐플러 감독은 올해 필리스에 부임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며 겁 없는 질주를 이끌고 있다.

박승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즌 전엔 필라델피아의 리빌딩 완료 여부가 확실치 않았는데 호스킨스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캐플러 감독과 젊은 선수들 간의 궁합도 좋고 결정적으로 아리에타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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