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워킹맘이 골목상권 지키려니



봄은 왔으나 장사는 잘 되지 않는다는 소상공인들의 한숨 소리가 크다. 대형마트와 쇼핑몰이 들어서고 프랜차이즈가 늘면서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골목상권, 동네상점 살리기를 꼭 실천하겠다고 결심했다. 퇴근 후 한 정거장 먼저 내려 동네 슈퍼마켓에 들렀다. 매번 사는 것은 가격을 외우고 있으니 개당 가격이 더 비싸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주 먹지도 않는 아스파라거스, 마늘소금, 칵테일 새우가 없다고 괜히 아쉽다. 힘들게 장을 봐서 한 정거장 넘게 들고 가는 게 여간 무겁지 않다. 매일 신선한 제품을 조금씩 장 보면 가장 좋겠지만 워킹맘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 길을 가다 몇 번 멈춰 서서 봉지를 내려놓고 어깨를 두드리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오늘 당장 먹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무겁게 들고 왔나 후회뿐이다.

그 후 재래시장에서 상태 안 좋은 것을 비싸게 사고, 일렬 주차를 못해 빙빙 돌다 오기도 했다. 핑곗거리는 많으니 다시 인터넷으로 장을 보거나, 직장 근처 대형마트를 이용했다. 하지만 원래의 필요가 아니라 마케팅 전략이 만들어낸 욕심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다. 냉장고는 점점 장 봐놓고 먹지 않은 음식으로 가득 찼다. 오래 지나서 맛이 없고, 평소 잘 해먹지도 않는 것이다 보니 또 새로운 음식을 사고, 아주 작은 것만 집 앞에서 샀다. 얼마 전 국간장이 급해서 사러 갔다가 단지 내 슈퍼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 이름 불러주며 반겨주시던 곳이었다. 마치 한 번도 가게가 없었던 것처럼 텅 빈 곳에 임대 문의만 붙었다.

슈퍼가 없어지니 불편하다. 그동안 거기서 제대로 장 본 적 거의 없이 조그만 것만 사던 내 책임이 크다. 낱개의 가격이 비싸도 버리는 음식이 적고, 넘치게 사지 않으므로 결국 돈도 덜 드는데. 대형마트 주차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17분이니 그 시간이면 집 근처에서 걷다가 또 쉬면서 가도 시간 아끼는데. 다시 결심해보지만 이미 슈퍼는 사라져버렸다. 작은 불편을 피하는 사이 언젠가 더 불편해질지도 모른다.

하주원(의사·작가)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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