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세라믹 풍선

니나 전 ‘인터스텔라 WHK’. ceramic glazed. 2016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풍선이다. 꽃송이 같은 둥근 점을 누르면 꽃향기가 퍼질 듯하다. 마음까지 가뿐해진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웬걸, 딱딱한 세라믹이다. 묵직하고 차갑다. ‘폭신한 풍선’이란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진다. 풍선이지만 날아가지 않는 풍선, 게다가 깨질 수도 있는 ‘세라믹 풍선(Ceramic Balloon)’이다. 하나의 작품 안에 부드러움과 딱딱함, 무중력과 중력, 환상과 실재가 공존하는 점이 흥미롭다.

‘세라믹 풍선’은 재미 작가 니나 전이 창안한 조형세계다. 니나 전은 헬륨가스가 가득 든 풍선을 도자기로 치환해 감상자에게 달콤한 일루전을 선사한다. 손에 쥐고 있던 풍선이 하늘로 힘없이 날아가는 걸 보고, ‘무거운 풍선’이란 역발상을 떠올린 작가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이를 실현했다. 그는 “풍선은 축하와 행복을 상징하지만 곧 소멸된다. 풍요와 공허라는 그 양면성을 담기 위해 도전한 결과 세라믹 풍선이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의 스타작가 제프 쿤스가 풍선 강아지를 육중한 스테인리스스틸로 바꿨다면 그는 풍선을 도자기로 치환한 것. 이처럼 일상의 오브제를 엉뚱한 물성으로 바꾸는 ‘전환의 예술’은 현대 팝아트의 주요 기법으로, 니나 전은 1200도 가마에서 조각을 6∼7번 반복해 굽는 과정을 통해 독특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서울서 외국계 은행에 다니던 니나 전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후 캘리포니아 롱비치 주립대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미국 서부를 무대로 활동 중인 늦깎이 작가다. 그의 세라믹 풍선은 할리우드 스타 마리스카 하지테이 등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고, 작가는 미국서 1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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