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바람 불고 우박 흩날리는 ‘풍비박산’



‘화물차가 미끄러지며 뒤집어지자 실려 있던 물건들이 도로 복판에 풍비박산이 되어 나뒹굴었다.’ ‘어린 자식을 여럿 두고 가장이 일찍 세상을 뜨면 대개 그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마는 거였다.’

풍비박산(風飛雹散)은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날아가거나 흩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 엉망이 된다는 의미로도 쓰이지요. 원래는 바람이 불고 우박이 흩날린다는 뜻입니다. 짐작이 되지요.

雹(박)은 우박입니다. 雨(우)는 비를 이르는 글자인데 雹같이 기상 현상을 표현하는 글자들을 만듭니다. 霞(노을 하) 雷(우레 뢰) 電(번개 전, 電에는 원래 번개가 땅에 내리꽂히는 모양의 甲이 붙었었는데 글자가 너무 길어 꼬부려진 것임) 등에서 볼 수 있지요.

우박은 큰 물방울들이 공중에서 갑자기 찬 기운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얼음덩어리입니다. 콩알만 한 게 보통인데 최근 방울토마토만 한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 등에 많은 피해를 주었다는 뉴스가 있었지요. 우박은 하얀 비라는 뜻의 백우(白雨)라고도 하며, 순우리말은 ‘누리’입니다.

풍비박산을 ‘풍지박산’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잘못입니다.

飛散(비산)은 날고 흩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런 먼지를 ‘비산먼지’라고 하지요. 혼백이 어지러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놀라 넋을 잃음을 이르는 혼비백산(魂飛魄散)에도 飛散이 들어 있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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