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위해서라면 타순쯤이야…” 베테랑의 품격

통산 2000번째 경기에 나선 삼성 박한이가 11일 KIA전에서 2회말 안타를 치고 있다. 삼성 제공
 
NC전에서 9회말 동점 투런포를 날린 한화 김태균. 한화 제공


박한이 6·7번 어색하지만 최선… 1군 복귀 후 타율 0.565 달해 2000경기 출장·2900루타 달성
신인 때부터 4번 한화 김태균도 올 시즌 5·6번 안 가려 귀감… NC전 9회 동점포로 연장 끌고가


2군에서 돌아온 2001년 프로 데뷔 동기 박한이(삼성 라이온즈)와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들이지만 올 시즌 타순에 구애받지 않고 팀을 우선시한다. 주춤했던 개인 성적은 팀과 덩달아 반등하고, 대기록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박한이는 11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팀의 8대 3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18번째 시즌을 맞은 그의 2000번째 1군 경기 출장이었다. 첫 타석의 우전안타는 개인 통산 2900루타로 연결됐다. 2000경기 출장과 2000안타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박한이를 포함해 6명뿐이다.

한때 최다안타를 기록하며 붙박이 1번이던 그는 올 시즌 2차례나 2군에 내려갔고, 요즘은 6번이나 7번 타순에서 친다. 어색한 자리지만 팀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매 타석을 소중히 여긴다. 지난 4일 1군 복귀 이후 6경기만 따지면 타율이 무려 0.565에 이른다. 지난 9일엔 4타수 4안타 맹타에 고의사구까지 얻어냈다. 박한이가 펄펄 날던 이때 삼성은 시즌 첫 3연승을 달렸다.

박한이는 뒷짐 지는 고참이 아니다. 좌완 선발투수와 맞서는 날엔 배팅볼 투수를 자처한다. 가욋일로 땀을 쏟으면서도 후배들을 향해 성의 있게 공을 던져준다. 삼성 관계자는 “왼손 배팅볼 투수가 부족해 이승엽도 종종 했던 일”이라면서도 “베테랑의 파이팅에 후배 선수들이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김태균도 2군을 다녀온 뒤 반등 중이다. 김태균은 이날 0-2로 끌려가던 9회말 1사 상황에서 NC 다이노스의 마무리 이민호를 상대로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팀이 연장 승부 끝에 2대 4로 패배했지만 한화 특유의 ‘약속의 9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지난 8일에도 9회에 동점 적시타로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넥센 히어로즈의 조상우를 상대로 한 타격이었다.

김태균은 지난달 초 손목에 공을 맞고 한동안 전력에서 빠졌다. 그 사이 팀 타순은 변했다. 신인 시절부터 한화의 4번이었던 그는 올 시즌엔 6번도 치고 5번도 친다. 주변에서 베테랑의 자존심을 걱정할 때 김태균은 “팀이 잘 하면 된다”고 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4번 자리를 빼앗겨 서운하냐”고 물었을 때에도 김태균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한화에는 김태균의 꾸준함을 닮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많다. 김태균은 현재 통산 0.428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장효조(0.427)를 제치고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KBO 타자 가운데 1위다. 김태균은 개인 기록마저 팀의 도움 덕분이라 말한다. 한화 관계자는 “김태균은 86경기 연속출루 대기록을 세웠을 때에도 ‘앞뒤에서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소감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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