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오승환’이 왔다… 어떻게 ‘부활’ 성공했나

미국프로야구(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오승환이 지난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중간계투로 나서 투구하고 있다. 올 시즌 초 다소 난조를 보이던 오승환은 최근 6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완벽히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올 시즌 초반까지 제구 잘 안되던 슬라이더·체인지업 완성도 높여
변화구 통하자 직구도 위력 더해 6경기 연속 무실점… ‘믿을맨’ 각인


‘끝판왕’이 돌아왔다. 지난해 부진으로 미국프로야구(MLB)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살아났다. 오승환은 1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1⅓이닝 동안 1안타를 맞았지만 탈삼진 2개를 곁들여 실점 없이 막았다.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4월 말까지 3할대 피안타율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오승환은 최근 9경기에서 안타를 단 2개만 허용할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3.86까지 올라갔던 평균자책점도 1.45로 내려갔다. 1승 6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졌다. 36세 오승환은 어떻게 올해 다시 날아올랐을까.

우선 변화구가 훨씬 예리해졌다. 이날 오승환이 삼진 2개를 잡은 구종은 모두 하이패스트볼(높은 직구). 하지만 삼진의 기반은 다양한 변화구다. 최근 오승환은 직구뿐 아니라 슬라이더나 체인지업도 자주 섞어 던진다. 지난해부터 올 시즌 초까지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난타 당하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갈고 닦으며 상대 타자들은 노림수를 좁히기 어려워졌다. 변화구에 힘이 생기자 주무기인 하이패스트볼도 더욱 강력해졌다. 토론토의 포수 루크 메일리는 “오승환의 직구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토론토의 두터운 중간계투진도 오승환이 안정을 찾는데 큰 힘이 됐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오승환을 더블헤더 경기에 모두 등판시켜 2세이브를 올리게 하는 등 오승환을 혹사시켰다. 그해 오승환이 던진 이닝은 2005년(99이닝)이후 최다인 79⅔이닝. 혹사의 여파는 고스란히 이듬해 부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 시즌 토론토의 불펜진은 타일러 클리파드, 존 액스포드, 라이언 테페라 등이 모두 대활약하며 폭행 혐의로 체포된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 이날 기준 토론토 불펜 평균자책점은 2.80으로 MLB 전체 4위다. 불펜진이 든든하자 존 기븐스 토론토 감독은 초반에 흔들린 오승환의 등판 간격을 벌려주고 여유로운 상황에 투입하는 등 제 컨디션을 찾을 시간을 줬다. 심기일전한 오승환은 다시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4월 초에는 구위도 떨어지고 컨트롤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구종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구위도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몸 상태가 올라오자 오승환 특유의 투구폼도 빛을 발하고 있다. 오승환은 디딤발을 한 차례 땅에 찍고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을 가지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타자들은 지난해까지 내셔널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던 오승환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경기당 단 1번 상대하는 중간계투에게서 생소한 타이밍에 위력적인 공이 날아오니 타자들은 대처하기 어렵다. 메일리도 “오승환은 와인드업이 다른 투수보다 느린데 팔을 뻗는 동작은 빨라 타자 입장에서 공 속도가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MLB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이트인 ‘MLB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최근 ‘단년 계약으로 맹활약 중인 투수 6명’에 오승환을 선정했다. 오승환은 올해 초 토론토와 ‘1+1 계약’(1년 후 성적에 따라 구단이 1년 계약 연장)을 맺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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