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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팔찌에도 라돈?”…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조짐



침대뿐 아니라 일상생활용품도 방사성 발암물질 배출 가능성
피해자 카페 회원 8000명 넘어 靑 진상규명 호소 청원 5000명
시민단체, 제품 전수조사 주장… 지나친 공포감 조성 경계 지적도


라돈 침대 파문으로 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또 다시 번지고 있다. 침대뿐 아니라 속옷과 팔찌 등 일상생활용품에서도 방사성 발암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소비자 공포는 배가되고 있다. 신빙성 없는 유사과학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기업들을 정부가 방치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라돈 침대 피해자모임’ 카페는 17일 개설된 지 보름이 채 안돼 회원 수가 8000명을 넘어섰다. ‘대진침대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청와대 청원 글에도 5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 서명을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방사성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주범’은 음이온을 발산한다는 광물 모나자이트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모나자이트에는 천연방사성 핵종인 우라늄과 토륨이 높게 함유돼 있다. 우라늄과 토륨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라돈과 토론을 생성한다. 둘 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대진 침대에선 라돈과 토론이 모두 검출됐으며 일부 품목에서는 피폭선량의 법정 기준치인 연간 1mSv의 9.3배가 측정됐다.

문제는 이 모나자이트가 침대뿐 아니라 속옷, 팔찌, 화장품 등 ‘음이온’이 포함된 생활용품에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대진침대에 모나자이트를 납품한 협력사는 2960㎏의 모나자이트를 수입해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66개 회사에 추가 공급했다.

이연희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간사는 “토론은 반감기가 55초밖에 되지 않아 평소에는 금방 사라지지만 침대에서 엎드리거나 옆으로 자는 사람들은 55초 만에도 코나 입으로 토론이 들어갈 수 있다”며 “모나자이트가 원료로 사용된 속옷이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매일 방사성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대표는 “특히 영유아들은 성인에 비해 4배 이상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며 “방사능에는 역치(생물체가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 세기)가 없다는 게 과학계의 정설이다. 적은 양의 방사능은 적은 만큼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도 모나자이트가 함유된 18만개 음이온 제품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1월 KINS가 발표한 음이온 가공제품 대상 조사에서도 코 마스크, 모자, 베개 등에서 모나자이트가 원료물질로 사용돼 토륨과 우라늄 등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2007년에도 KINS가 온열 매트·건강 팔찌 등 일부 음이온 건강보조제품을 조사한 결과 최대 26Bq/g의 방사성 토륨이 나왔다.

각종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를 이용한 배경은 건강에 좋다는 음이온 방출을 위해서다.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이라 비판했지만 이를 막지 못해 소비자 현혹이 계속돼온 셈이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음이온의 효과를 사실인 것처럼 강조하며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데 악용하는 업자들을 규제하고 과대광고 역시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공포감 조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김은희 교수는 “원폭 피해자들을 추적 관찰해 100밀리시버트(mSv)에서는 100명당 1명꼴로 방사선 피폭에 의해 암이 발생한다는 인과성을 추정하지만 100mSv 이내에서는 방사선이 암을 유발한다는 확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팔찌, 목걸이 등에는 모나자이트가 포함됐더라도 침대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이기 때문에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제2의 라돈 침대 사태를 예방하려면 음이온이 포함된 공산품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사야 강경루 방극렬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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