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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 항공사에 “中 ‘대만 표기’ 시정 요구 무시하라”



미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들에 중국의 ‘대만 표기’ 시정 요구를 묵살하라고 주문하는 등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또 미·중 간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갈등에 영국과 프랑스까지 가세하면서 구도가 중국 대 미국·영국·프랑스 싸움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정부가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의 웹사이트나 지도에 대만을 중국령으로 표기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무시할 것을 촉구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민항총국(CAAC)은 지난 4월 25일 외국 항공사 36곳에 공문을 보내 대만과 홍콩, 마카오가 중국과 별개 국가로 비칠 수 있는 표현들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당시 백악관은 ‘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 항공사들에 대만 표기 문제는 미국과 중국 정부가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중국 측에 말할 것을 주문했다. 미 정부 고위 관리가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대만 표기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민간 항공사들과의 대화에는 이례적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글러스 파커 아메리칸항공 CEO는 지난주 FT에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 간 사안으로, 우리는 미 정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델타항공도 중국의 요구를 재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요구를 거부하는 미 항공사들에 대해 자국 공항 착륙금지 등 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의원은 “미국도 필요하다면 중국 항공사들에 대한 보복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 B-52 전략폭격기 2대가 대만 부근 남중국해를 비행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에 가세키로 한 데다 미국이 대만해협에 항공모함 진입 작전까지 검토하자 ‘응징’을 불사하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군은 6일 웨이신(위챗) 계정을 통해 “영국과 프랑스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감히 도발할 경우 어떤 엄중한 결과가 생길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영국 군사력은 이미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다”며 “영국 군함을 본보기로 삼아 심각한 좌절을 맛보도록 하겠다”고 위협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최근 자국 군함을 남중국해에 진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영국이 군함 3척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파견하는 것은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B-52와 같은 전략무기를 남중국해에 파견하는 것이 군사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게 항행의 자유냐”고 따졌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이슈 중 하나인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 제재 문제와 관련해 ZTE 측이 미국 상무부의 제재 해제 조건으로 벌금과 보증금 명목으로 14억 달러(약 1조4700억원)를 내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ZTE는 북한과 이란에 장비를 수출했다는 이유로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됐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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