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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언론 이용해 변협 회장 망신주기 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 법원행정처가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하 전 회장은 대법원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 법원 추진에 반대한 인사다. 그는 법원이 반대하던 ‘법원 평가제’도 도입했다. 검찰이 법원행정처에서 확보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에는 ‘언론을 이용해 하 전 회장의 평판에 타격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최근 법원행정처로부터 확보한 410건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 파일 중 대한변협에 대한 문건을 우선 분석한 뒤 하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이날 소환조사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행정처 문건에는 행정처가 언론을 이용해 그의 평판을 깎아내리려는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있다. ‘대한변협 회장 취임 전 수임한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다’거나 ‘향후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특정 언론에 전달해 기사화하겠다는 식이다. 일부 언론에는 하 전 회장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한 법조계 인사는 “대법원은 하 전 회장이 2009년 서울변호사회 회장 시절 ‘법관 평가제’를 도입했을 때부터 눈엣가시로 여겼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행정처가 하 전 회장을 사찰했다는 정황도 담겨 있다. 2014년 말 하 전 회장이 출마한 49대 대한변협 회장 선거 판세를 분석한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다자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하 전 회장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결선 투표가 진행되면 당시 함께 출마한 소순무 변호사가 유력하다는 것이었다. 문건에는 예상 득표율까지 적혀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하 전 회장의 수임 내역과 건물 보유 내역에 대한 정보도 문건에 포함됐다.

검찰은 행정처가 자체 수집 정보를 이용해 대한변협 선거와 하 전 회장의 평판에 영향을 끼치려 한 것을 사실상 ‘민간인 사찰’에 해당한다고 본다.

대한변협신문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는 방안과 국선전담변호사 비율을 확대해 사선변호사 선임률을 줄여야 한다는 계획도 행정처의 문건에 들어 있었다. 이는 실제로 시행됐다. 하 전 회장은 검찰 소환조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의 압박 방안이 굉장히 치밀했다”며 “어떤 방안으로 대한변협을 압박하고 변협 회장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 전 회장은 매년 8월 시행되는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 대회’에 대법원장이 불참하는 내용과 대법원장이 대한변협과 간담회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문건에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확보한 410개 파일 중에는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대한변협 대응방안 검토’ ‘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포함돼 있다. 이 파일의 내용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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