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명분 싸움 헛바퀴… 靑, 돌파구 마련 고심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오른쪽)가 지난 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가 든 봉투를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北, 선제 조치 완수 입장 美는 더 진전된 상황 원해
강경화 “종전선언 관련 미·중과 상당한 협의”
文, 다시 전면 나설 가능성… 5차 남북 정상회담도 검토


북·미가 실무협상 과정에서 종전선언 등 명분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기회가 되는 대로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중재 정상외교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타이밍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한 체제보장 협상은 좀처럼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은 종전선언을, 미국은 핵무기 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5일 “북·미 양측 모두 내부를 설득할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풍계리 핵시설 폭파와 미군 유해 송환 등 선제 조치를 완수했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및 후속협상 자체가 북한에 대한 상당한 양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조치에 상응하는 동시적 조치를, 미국은 더욱 진전된 비핵화 입장을 서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타개책으로는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문제가 키워드로 거론된다. 두 문제 모두 북한의 체제보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종전선언이 도출되면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종전선언은 자연스럽게 대북 제재 해제 논의로 연결될 전망이다. 대북 제제가 해제되면 남북 경협이 재점화되고, 북한의 경제상황도 반전이 가능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결산 기자회견에서 “계속 (종전선언과 관련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도 미국, 중국과 상당한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지난 3일 환영만찬에서 조우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도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북·미 양측과 물밑으로 교섭하며 협상 진행상황을 파악 중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것도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청와대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조기 5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 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 달 이상 통화가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조만간 통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간 입장차가 뚜렷해 답답한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도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협상이 진전되기를 기다리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일 베이징에서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개최한다. 양측은 종전선언 추진 구상과 중국의 참여 여부 등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싱가포르=권지혜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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