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앞당기나… 13일 판문점서 일정 협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 때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배석자 없이 대화하고 밝은 표정으로 돌아오는 모습. 4·27 판문점 선언에는 올가을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명시돼 있다. 국민일보DB


남북이 오는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 가을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 8월 말이나 9월 초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북측은 9일 오전 통지문을 보내 판문점 선언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남북 정상회담 준비 관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정부는 이에 동의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정부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북측은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단장으로 나설 전망이다. 조 장관과 이 위원장은 올해 들어 세 차례(1, 3, 6월) 열린 고위급 회담 때 모두 수석대표로 마주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회담 협의를 요청함에 따라 평양 방문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정상회담이 여름과 가을 두 차례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판문점 선언에서 가을 정상회담에 합의한 만큼 북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위급 회담을 해봐야 북측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을 앞두고 있지만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에 별다른 성과가 없자 남북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해 일부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대조선(대북) 제재 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한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보다는 ‘원포인트’ 성격의 실무적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남북은 5·26 정상회담(4차)처럼 판문점에서 양 정상이 재회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비핵화 조치 이행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종전선언 등 체제안전 보장책 마련을 설득할 예정이다.

남북,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각각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트는 방편으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협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 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남북 고위급 회담 준비에 착수했다.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의혹은 정부 조사가 끝나는 대로 관련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상헌 강준구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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