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쓰라”며 정부 압박하는 북한, 13일 고위급 회담에 경협 담당자 대거 배치

남북 간 13일 고위급 회담에서 남측은 3차 정상회담 준비 협의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지만 북측은 본격적인 남북 경협 재개와 대북 제재 해제 문제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측은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회담 대표단에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과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의 이름을 올렸다.

판문점 선언의 주요 합의사항인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 주무기관장인 김 부상과 박 부상을 포함한 것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남측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북측 대표단 상당수가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분야별 실무회담 일정을 확정한 지난 6월 당시의 고위급 회담 대표단 명단과 겹치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반면 남측 대표단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으로 구성돼 4·27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던 지난 3월 고위급 회담 대표단과 유사한 구성이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양측의 회담 대표단 구성을 보면 남북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연일 우리 정부를 향해 남북 경협 재개를 통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주영길 북한 노동단체 조선직업총동맹 위원장은 전날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단체 대표자회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문제는 국제사회와 무관하게 민족 내부에서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북한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도 고위급 회담을 하루 앞두고 “판문점 선언 채택 100일이 지났음에도 응당한 결실과 진전을 보지 못하는 원인은 미국의 대조선 제재 책동과 그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에 있다”며 “남조선은 돈 안 드는 일만 하겠다는 심산으로 수판알만 튕기면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푸념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도 개인 논평에서 “종전선언 채택 없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며 한·미 양국을 겨냥했다.

다만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이 원하는 수준의 남북 경협 관련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개성공단 재가동과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약 90억원) 규모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산 석탄 반입 문제로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달 중 예정됐던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도 지연될 조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며 “예정보다 조금 더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소 운영을 위한 장비와 유류 지원 등에 대한 미국의 대북 제재 예외 인정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와 관련해 “공동연락사무소 작업에 필요한 몇 ㎾ 용량의 발동 발전기를 들여오는 것도 제 마음대로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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