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상회담’ 기대반 우려반… 비핵화 협상 돌파구? 대미 압박 수단?

미국은 9월 중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후속협상의 진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는 원칙론적 입장이다. 그러나 첫 만남이라 흥분했던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보다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남북 정상 간 만남 자체보다 이제는 어떤 성과를 도출해 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한다는 내용은 1차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합의사항”이라며 “미국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예정됐던 수순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중요한 회동으로 보고 있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선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의 화제성보다는 내용과 성과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이 예전보다 신중해졌지만 그래도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미국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시간표와 핵·미사일 리스트 제출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여기엔 북·미 관계가 꼬여 있을 때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어찌됐건 한국밖에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남측과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등에 합의하는 것이다. 북한이 한·미 분열책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한국의 보수정부에 쓰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서 벗어나 역으로 돈독해진 남북 관계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퍼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도 3차 남북 정상회담은 중요한 변곡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조치를 내놓는다면 북·미 협상은 곧바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는 미국 내 여론은 트럼프 행정부를 계속 괴롭힐 수밖에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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