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날짜 확정하지 못한 이유, 북의 불편한 심기

북한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 주변을 관람하고 있다. 통일각에서는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제4차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보도문

남과 북은 2018년 8월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제4차 남북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에서 쌍방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

회담에서는 또한 일정에 올라 있는 남북 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을 다음 달 개최하는 데 13일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자 ‘낮은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종전선언 및 남북 경협,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한 북측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합의한 공동보도문부터 단출했다. 한반도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사적인 평양 회담임에도 ‘쌍방은 (4·27) 판문점 선언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했다’ ‘일정에 올라 있는 남북 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회담 후 조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남북은 회담에서 군사 분야와 체육 분야, 철도·도로·산림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이행 과정에서 제기된 상호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엄존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발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북측 대표단은 불편한 속내를 분명히 표명하고 돌아갔다. 이 위원장은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남북) 쌍방 당국이 저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9월 예정된 평양 수뇌 상봉과 회담 때 각자가 책임을 다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이는 남북 경협 및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한 남측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공개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조명균 선생도 (남측에) 돌아가 필요한 조취를 취해 북남, 남북의 모든 일정이 진척되게 저 할 바를 다하자는 것을 특별히 얘기한다”고도 했다. 대화 파트너에게 ‘돌아가면 할 일을 하라’고 면박을 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고위급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놓은 점도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방북단의 규모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 시기나 방북단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김 대변인은 “나올 것은 다 나오지 않았느냐. 방북단 규모를 얘기했었는데 오늘 상당히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이 최근 남북 및 북·미 간 경색된 국면에도 불구하고 판문점 선언의 가장 중요한 합의사항인 평양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이 다음 달 중 3차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남북 정상회담이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그런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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