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평양 회담 날짜를 확정하지 않은 이유, 북·미 협상 진전 때문 관측



남북의 13일 고위급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이유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변곡점을 맞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 역시 협상이 꽤 진전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북·미 양측은 지난 주말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북·미 협상 상황에 따라 문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결정하고 종전선언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당초 이달 말 문 대통령의 방북을 북한에 강력히 요청했다.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수립일(9·9절)에 앞서 평양을 방문,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 대통령의 방북 시기를 늦추는 데 북한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 양측이 이견을 좁히고 9·9절에 앞서 일정 부분 비핵화 및 제재 해제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청와대는 고위급 회담에서 방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게 북한이 문 대통령 방북 시기를 9·9절에 맞추려 했기 때문이라는 일부 분석도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팩트만 말하자면 북한이 (문 대통령의) 9·9절 참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북·미 협상이 성과를 낸다면 문 대통령의 방북 성격도 바뀌게 된다. 북·미 협상 중재를 위한 방북이 아닌 북·미 협상 타결 이후 종전선언, 남북관계 발전 같은 다음 단계의 논의를 위한 방북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방북 시기는 9·9절 행사 직후인 다음 달 10일에서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가 시작되는 25일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조기 방북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방북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북·미 양측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에도 추가 실무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 다양하게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실무자급 수준의 논의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전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하고 전날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의 결과를 설명했다. 양측은 이달 중 개소를 목표로 추진 중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비롯해 최근 남북 관계 동향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통일부는 이날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소량의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소형 발전기와 유류를 지원해 현지에서 전기를 자체 생산하려 했으나 유류 지원을 금지한 대북제재 상황을 고려해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이번 전력 공급이 개성공단 재가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강준구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