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美 ‘핵리스트-종전선언’ 주고받나



南, 정상회담 北, 9·9절 앞둬… 美는 11월에 중간선거
3개국 모두 비핵화 성과 절박… 일각 “낙관 이르다” 신중론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 ‘비핵화 빅딜론’이 급부상했다. 한국 정부의 설득으로 북한은 핵 리스트를 제출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으로 화답하는 것이 빅딜론의 핵심이다.

남·북·미 3자 간 정치 스케줄도 빅딜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과 9월 중순 평양 남북 정상회담,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등 3대 이벤트가 줄지어 서 있다. 남·북·미는 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비핵화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공통된 절박감이 있다.

빅딜의 미국 측 실무 책임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말로 예상되는 4차 방북에서 북측과 빅딜을 마무리 짓는다는 게 예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빅딜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성사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과 미국의 종전선언 합의는 등가성(等價性)에 어긋나 거래가 쉽게 이뤄질 수 없다는 논리다. 설령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출할 의향이 있다 해도 극적 효과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건네지,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핵 리스트의 진정성 문제는 최대 난관이다.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출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리스트를 검증했는데, 사실과 다를 경우 비핵화 논의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빅딜 기대감이 신기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비핵화 빅딜 성사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남·북·미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14일(현지시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요한 국면에 와 있다”며 “결과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진전’을 언급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지난 13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일부 진전이 있더라도 비핵화가 최종 목표라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평화체제를 지지하지만 주된 초점은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는 일상적인 업무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분명히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대해선 “이 시점에 발표할 어떤 회담이나 출장이 없다”고 피해갔다.

백악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한 설명 자리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유해 송환 등 진전이 있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켈리 맥키그 국장 등이 참석했다. 맥키그 국장은 유해 추가 발굴작업과 관련해 “의사소통 문제와 병력이 다쳤을 경우 헬기로 수송하는 등 의료 후송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과 같은 과거의 적국들과는 실종자 관련 협력을 통해 관계 정상화가 이뤄졌다”면서 유해 송환이 북·미 관계 정상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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