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北-美 중재자’ 역할 더 커졌다



이달 말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 취소되면서 9월 평양에서 열기로 한 3차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대화를 잇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남북 경제 협력을 위한 논의는 속도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무산됨에 따라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것을 뚫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문 대통령의 촉진자, 중재자 역할이 더 커진 것이 객관적 상황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연계시켜 준비해 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9월 북·중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유엔총회로 이어지는 종전선언 외교전의 출발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북·미 정상 모두 대화 동력을 살려나가려는 의지는 높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관저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에게서 북·미 상황을 보고받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남북 정상회담의 목표와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은 남북 경협을 진행하려면 대북 제재 완화가 필수적이고, 이는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 전에도 북측에 회담 취소를 일방 통보해 판을 흔든 적이 있다. 당시엔 북한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는 담화를 내 사태를 수습했다. 이후 북한의 요청으로 5·26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북한이 이번에도 태도를 누그러뜨릴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 신고와 검증을, 북한은 종전선언과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맞서 있는 상태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미군 유해 송환을 이행했고,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해체하는 등 비핵화 조치를 취한 만큼 이제는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제재 해제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독자 제재를 더 강화하고 주변국도 압박하고 있어 북한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제재 문제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8월 개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달 안에 개소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물리적 여건상 며칠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도 “한·미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관련해 긴밀히 소통·협의하고 있다”며 “그런 구도 속에서 남북연락사무소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최승욱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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