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비핵화’… 美·中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 실장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에 관해 논의한 뒤 그 내용을 문 대통령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뉴시스


中 “美, 자신의 융통성 문제는 돌아보지 않아”
北 ‘美 무역 압박’ 언급 사실상 中의 손 들어줘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 로드맵 차분히 이행키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미국과 중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낸 반면, 중국은 미국이 협상력 부족을 자신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에 있어 기존 로드맵을 차분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무산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국과 무역분쟁 중인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인 가운데 중국을 움직여 협상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은 27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을 통해 “미국은 자신의 성의와 융통성 문제는 돌아보지 않고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대국이 할 행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미국은 중국을 북한의 배후로 의심하고, 중국이 이를 반박하는 감정싸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 직후 북한은 사실상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정세해설 기사에서 미국의 무역 분야 대중국 압박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의 대미 투자 활동을 규제하는 내용의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채택했고, 중국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노동신문은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판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반발 내용을 주로 소개해 사실상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로 해석된다.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북한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최근 들어 남조선의 현 당국자와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주견과 줏대가 없이 우유부단하면서 4·27 판문점 선언 이행에 성실하지 못한 것이 바로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남조선 당국자에 대한 직접적 설명은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언급한 것이다.

정부는 일단 남북 관계 관련 기존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북 관계를 북·미 협상의 선순환 고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다음 달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9월 중 정상회담을 한다는 고위급 회담의 합의가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와 관련해) 통화했다. 항상 통화하고 있고, 통화 내용을 어제 안보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였을 때 보고했다”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준비는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고 있으며, 한·미 간에도 특별한 이견은 없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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