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치고 빠지기일까 오락가락일까, 미국의 연합훈련 입장 번복

비핵화 협상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압박 행보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민일보DB


북한을 겨냥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던 미국이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북한에 대해선 여전히 비핵화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협상 진전이 없을 경우 압박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고도의 전략적 ‘치고 빠지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미 정부 내 대북 강경·온건파의 대립에 따른 ‘오락가락 행보’라는 주장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현 시점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 일본과 군사훈련을 즉각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군사훈련은 역대 어느 훈련보다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백악관 성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시사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전날 폭탄 발언을 진화하면서도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고 훈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중국에 대해선 “북한이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며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자금, 연료, 비료, 다양한 공산품 등을 포함한 상당한 원조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미·중 무역분쟁은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훌륭한’ 시진핑 국가주석에 의해 결국은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빼는 스탠스를 취하자 국방부와 국무부도 따랐다. 논란의 당사자 매티스 장관은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국무부의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미 관계에 균열이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보도를 봤는데, 그야말로 부풀려진 것”이라며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으며 항상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확산되는 한·미 갈등설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은 북한을 벼랑으로 몰았다가 다시 달래는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경 일변도도 아니고, 저자세도 아닌 치고 빠지기를 통해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국무부를 축으로 하는 비둘기파와 국방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대표로 하는 매파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갈지 자’ 행보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인터넷 뉴스 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직후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런데 미국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며 분노를 표출해 북한이 적대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 소식통들은 또 지난 6월 초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약속을 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핵탄두 60∼70%를 6∼8개월 안에 미국에 인도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미 정부가 북한의 선제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 사람들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나는 그것이 합의의 일부인지 익숙하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는 비핵화가 다른 부분에 선행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