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H벨트, 한국경제 ‘제2의 성장엔진’





기존 남북관계의 무게중심은 ‘실리’보다 ‘화해’에 있었다. 이는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남북 경제협력을 내세웠지만 정작 한국의 대외거래에서 북한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남북이 ‘해빙(解氷) 무드’에 진입하자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과거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신경제지도’(H벨트) 구상도 실리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북이 경제협력으로 단단하게 엮여 있어야 평화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남북 경협은 저성장 늪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에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남북 경협 논의에도 부쩍 탄력이 붙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각국의 셈법이 제각각이고 언제 결과물이 나올지도 불확실하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라는 종착지는 분명해졌다. 오는 6일 열리는 ‘2018 국민미래포럼’에서 첫 발제자로 나서는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종 목표에 도달한다면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세계’를 떠받치는 기둥은 경제다. 그 중심에는 H벨트로 불리는 문재인정부의 신경제지도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으로 확장할 수 있는 환황해 벨트, 러시아 일본을 겨냥한 환동해 벨트를 두 축으로 하고 가운데를 잇는 접경지역 벨트를 더하면 남북 경협 모델이 완성된다.

환황해 벨트는 산업과 교통·물류에 초점을 맞춘다. 개성공단 재가동, 평양·신의주 등 신규 산업특구 공동개발이 출발선이다. 정부는 끊어진 경의선 철도를 연결해 물류망을 잇고 중국과의 교역항 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경제특구’에도 관심이 높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를 내고 ‘경의축’(경의선 파주∼고양 구간)과 ‘경원축’(경원선 연천∼동두천∼양주 구간)에 통일 경제특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의축에 전자기기 등 제조업종과 금융·보험업 등 서비스 업종의 경제특구를, 경원축에 친환경 생태산업 경제특구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환동해 벨트는 최대 7000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자원개발을 중심에 둔다. 발전소를 건설하고 러시아에서부터 가스관을 연결해 남한까지 공급하는 사업도 목록에 올라 있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항구들을 정비하는 작업에는 관광 활성화 구상도 담겼다. 금강산과 칠보산의 관광자원 개발을 곁들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비무장지대(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환황해 벨트와 환동해 벨트가 연결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가시화되면 당장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축으로 침체된 건설업에 활로가 생긴다. 산업단지와 전력망, 발전소, 철도 등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남북 단일 경제권이 형성되면 12개 산업군이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SOC 건설이 북한의 경제성장을 촉발하면 가전, 자동차 등 소비재 시장이 커지는 식이다.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내년 통일을 가정하면 1인당 3만 달러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은 2050년 6만 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가 시급한 선결 과제다. 최근 북·미 협상의 기류는 험로를 예고한다. 미·중의 알력도 만만찮은 걸림돌이다. 재원 조달, 개발 방식 등에서 남북의 이해관계가 일치할지도 미지수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과거처럼 남한에 지역 독점개발권을 줄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양 교수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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