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비핵화 빅딜 ‘디테일’을 중재하라

1차 대북 특별사절단이 지난 3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수석특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 위원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청와대는 2일 1차 때와 동일한 특사단 5명이 5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이번 교착은 불신보다 명분… 北에 美 내부사정 설명 주력
비핵화 협상 재개 최대 임무 세부 조건 조율에 성패 달려
평양 정상회담 날짜 잡을 듯… 美 “경협-비핵화 함께” 압박


오는 5일 평양으로 향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미국 내부 사정을 북측에 설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교착 국면이 북·미 간 불신의 문제라기보다 각자 자국 여론을 의식해 상대가 원하는 조치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특사단 방북의 성패는 북·미가 종전선언과 핵 신고를 맞교환할 수 있도록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데 달려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특사단 방북과 관련해 “4·27 판문점 선언 및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내용을 기반으로 포괄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당연히 종전선언과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 문제도 협의 내용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특사단 방북의 주목적이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을 잡는 것”이라며 “정상회담 날짜는 확정될 것으로 생각하고, 의제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사단 면면은 지난 3월 문재인정부 첫 특사단과 같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구성됐다.

1차 특사단의 임무가 북·미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남북, 북·미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된 상태에서 중단된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켜야 하는 만큼 보다 까다로운 중재 역할이 요구된다. 1차 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확인한 뒤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을 북·미 간 갈등 구도로만 보면 안 된다”며 “이번 특사단은 북·미가 약속 이행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내부 사정을 서로에게 이해시켜 반발씩 양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도 북한을 움직일 카드가 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전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재가동되면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범위가 한층 넓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줄곧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남북 관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고 요구해 왔다. 특사단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가 끝나면 비핵화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특사단 방북에 기대와 우려를 모두 나타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 정부는 특사단이 평양에서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다”며 “한·미 정부는 특사단 파견과 관련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사단 방북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는 한국 정부가 비핵화 협상보다 남북 관계 진전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남북 관계의 진전은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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