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비핵화 풀 제3의 해법 찾아라 ‘특명’

대북 특별사절단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방북을 하루 앞둔 4일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관계장관회의가 시작되기 전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집한 회의에서는 특사단 방북 전략이 논의됐다. 이병주 기자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방북해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운명의 담판을 벌인다. 미국의 고강도 비핵화 선제조치 요구에 맞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기존 조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충돌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특사단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을 북한에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이 물꼬를 트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미국으로 날아가 중재안을 관철시킨다는 구상이다.

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까지 취소하며 강경 자세로 돌아선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만한 확실한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반면 북한은 핵실험장 폐쇄와 미사일발사장 해체 등 선제조치를 충분히 했다며 종전선언을 비롯한 보상 논의를 본격 요구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시작점을 핵시설 신고 및 사찰로 잡고 있는 반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서해위성(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을 통해 ‘불가역적 조치’에 착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은 특히 자국의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어느 한 편을 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 대화를 시작한 이후 미국 내부에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북한 역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약속한 만큼 협상에 한계가 분명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

특사단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받아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기본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무엇보다 미국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사단 방북 성과의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이전보다 구체화된 조치를 내놓느냐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북한이 호응한다면 문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게 된다.

남북 관계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특사단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련한 선제적 조치를 받아내 이를 토대로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북한에는 미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연내에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득하는 동시에 이달 말로 예정된 유엔총회에 남북 정상이 함께 참석하는 것을 제안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핵시설 리스트 제출이나 비핵화 시간표 등 미국이 거론하는 조치를 수용할 경우 자칫 체제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특사단이 북한을 설득해 제3의 방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북한 설득에 실패할 경우 어렵게 성사된 4·27 판문점 정상회담 성과마저 원점 재검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특사단은 북·미 간 중재 역할보다 남북 교류 확대 등 판문점 선언 이행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반발하고 있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도 북·미 협상의 일부로 연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한 물리적 준비는 사실상 완료됐다”며 “개소식 진행 문제를 남북 간에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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