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4대 그룹 총수들, 남북 경협 ‘빅피처’ 그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북 각오를 밝힌 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이병주 기자


18일부터 시작되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제협력(경협)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경협을 섣불리 꺼냈다가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재가 해제된 이후 본격화될 경협에 대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밑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매우 엄격한 제재가 있어서 실행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뚜렷한 경계가 있다”면서 “새로운 내용보다는 판문점 선언 합의 내용을 좀 더 진전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남한의 주요 경제인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상황을 살펴보고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재계는 특히 이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의 만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17일 “그동안 경협과 관련해 우리만 이야기를 했지 북한 쪽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북한이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고 공감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동행하는 것도 북한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다. 한국 기업 중 투자 여력이 가장 큰데다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총수들이 직접 방문해 향후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는 과거 북한에서 TV 임가공 사업을 영위한 바 있어 소비자가전 사업 재개 가능성이 있다. 또 LG상사나 삼성물산 등 상사부문에서는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다. SK그룹은 에너지와 통신 분야 협력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PNG)를 도입하면 액화해 운송하는 천연가스(LNG)보다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문 협력이 예상된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동행하는 것도 에너지, 철강, 철도 분야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 금강산 관광 등 중단된 사업 재개를 희망하는 현대그룹도 회담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존 사업 재개와 향후 한 단계 높게 진행될 남북 경협사업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주요 그룹 총수들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에 관심을 보였다. 마이니치신문은 “문재인정부는 한국 경제계가 남북 경협 투자에 동참하도록 하려면 재계 간부의 동행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비핵화가 실현되면 경제 투자가 확실히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준엽 조성은 기자 snoop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