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리는 남북정상회담 3가지 시나리오, 최상은 ‘김 위원장의 핵 신고의사 표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평화, 새로운 미래-한반도 평화기원’을 주제로 한 보도사진전 개막식에서 이동희 한국사진기자협회장(오른쪽),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왼쪽 세 번째), 이병규 한국신문협회장(왼쪽) 등이 남북 정상 사진을 보고 있다. 김지훈 기자


미국은 3차 남북 정상회담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향후 비핵화 협상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3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16일(현지시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는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에서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와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일단 낙관론이 우세한 듯하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가시적인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라는 변덕이 심한 두 지도자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바라는 최고의 결과는 김 위원장이 핵 물질·시설에 대한 신고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이 가정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은 종전선언에 사인하는 ‘비핵화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초읽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가시적인 조치는 내놓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계산이 가장 복잡해지는 경우의 수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은 남측이 아닌 미국과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종전선언 등 미국의 선(先) 조치를 촉구하는 기존의 입장을 고집하며 대화 모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 위원장이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나서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을 감안하면 협상의 틀을 깰 생각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려도 없지 않다.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CBS방송에 출연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논다면 우리는 ‘고통의 세상(world of hurt)’에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국내 경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 능력을 전 세계에 자랑했던 기존 전략을 버리고 ‘조용한 핵 개발’ 전략으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평가받는 파키스탄, 인도처럼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는 하지 않고 위기도 조성하지 않으면서 뒤에서 조용히 핵무기를 계속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부 차관은 “김정은은 무엇이 파키스탄을 보호해 왔는지 알고 있다”며 “트럼프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싱가포르에서 그걸 허비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