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깜짝 공동 카퍼레이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도중 깜짝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남북 정상의 공동 카퍼레이드는 역대 정상회담 중 처음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사실상 첫 공동 일정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항에서 각각 다른 차량에 탑승했지만 이동 도중 3대혁명전시관 주변에서 내려 벤츠 S600 무개차(無蓋車)에 합승했다. 차량을 옮겨 탈 때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문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곁에서 대기 중이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이를 넘겨받았다. 카퍼레이드는 이후 영생탑, 여명거리와 금수산태양궁전을 거쳐 영빈관까지 수㎞ 이어졌다. 이동 내내 20여대의 사이드카가 두 정상을 호위했다.

거리에는 10만여명의 주민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환호하며 반겼다. 여성들은 형형색색의 한복을, 남성들은 정장을 입고 분홍색 꽃과 인공기·한반도기를 흔들며 ‘조국 통일’ ‘평화 번영’ ‘환영’을 연호했다. 환영 인파는 3∼5줄 겹쳐 서서 거리와 육교 위를 가득 메웠다. 일부 주민들은 건물 베란다에 나와 이 광경을 구경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무개차 위에서 한쪽 손을 들고 좌우에 늘어선 환영 인파를 살피며 내내 밝은 미소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손을 흔들자 주민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김 위원장도 손뼉을 치고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카퍼레이드 도중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귓속말을 하거나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평양 시내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길가 곳곳에 인공기가 걸려 있었고, 여명거리에는 다채로운 색깔의 최신식 고층 건물들과 버드나무들이 즐비했다. 지난해 준공된 여명거리 입구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직원 전용 고층 아파트들이 있다.

두 정상은 이동 중에 배석자가 없는 ‘차량 내 단독회담’을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서 숙소까지 같은 차를 타고 가며 차 안에서 회담을 하는 파격을 선보였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도 카퍼레이드는 있었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동승했다.

문 대통령은 예정됐던 11시보다 20분 정도 늦게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차량 상석에 앉힌 뒤 먼저 내려 문 대통령을 에스코트하며 함께 영빈관으로 들어갔다.

신재희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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