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비핵화 ‘통 큰 결단’? … 분위기 좋아 기대감 상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설주 여사의 영접을 받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세 번이나 포옹하며 친밀감을 표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 첫날인 18일 ‘조·미(북·미) 사이의 진전된 결과’를 언급함에 따라 전향적인 비핵화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 차례 정상회담이 더 남아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비핵화 빅딜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는 조성됐다는 평가다.

이번 평양 회담의 3가지 의제 중 남북 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실무선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 차례 회담은 결국 비핵화 합의의 빈칸을 채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평양으로 향하기 전 회담 목적이 북·미 대화 재개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건 양측이 상대의 선(先) 조치를 요구하며 대립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 신고를, 북한은 종전선언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꿈쩍하지 않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을 통해 중재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중을 확인한 다음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이날 2박3일 방북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중재안은 김 위원장이 핵 신고를 약속하면 이를 위한 워킹그룹을 꾸리는 것과 동시에 종전선언을 위한 실무회담을 연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에게 한발 물러설 것을 요구하면서 대신 북한의 ‘동시 행동 원칙’을 반영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이 원하는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이 첫날 회담을 시작하자마자 북·미 관계 개선의 공을 문 대통령에게 돌리고, 나아가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한 건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양 정상은 연내 종전선언 추진을 재확인하고, 북측은 핵 신고를 비롯한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 미측과 만나기로 했다는 정도의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내내 훈훈했던 것도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남북 정상이 회담한 노동당 본부청사는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북한 권력의 핵심 공간이다. 이곳을 회담 장소로 택한 건 문 대통령을 최대한 예우하면서 실질적인 협의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진척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첫날 어떤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2차 정상회담이 끝나야 전체적인 성과와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북·미는 회담 당일까지 신경전을 이어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미(북·미) 대화가 진척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미국이 어떤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남북 정상이 만나는 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할 때까지 압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를 순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다”며 “문 대통령이 북측의 이런 프레임을 깨고 김 위원장에게 추가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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