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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싶지만 이 책은 읽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잘 돼가? 무엇이든’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근래 인기인 책의 제목들이다.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구어체 문장형’이다. 책 내용을 요약한 문장을 친숙한 입말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교보문고는 최근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든 책 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 6권이 문장형 제목의 책이라고 11일 밝혔다. ‘싶어’, ‘있어’, ‘했다’와 같은 문장형 제목은 지난해 같은 시점에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4권, 2016년 3권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담당자는 “책 내용을 직관적으로 요약한 광고 카피 같은 제목이 독자들에게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제목은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소설 ‘나를 보내지마’도 있지만 장르는 주로 에세이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자는 “구어체 문장은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담은 에세이에 잘 어울린다”고 밀했다.

저자의 의도와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면도 있다.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의 경우 제목만으로 한국 교육 체제에서 있기 힘든 이색적인 곳을 소개한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의 경우 타인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사례를 담고 있으리란 인상을 준다.

과거 문장형 제목은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요즘 나오는 책들은 우울한 자기 고백이나 그 우울감을 위로하는 내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과거에도 종종 구어체 문장이 있었는데 지금과 달리 가치를 지향했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잉여세대’라는 심리가 강하다 보니 이런 걸 드러내고 위로하는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2000년대 베스트셀러 배우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와 켄 블랜차드 에세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이 가치를 담은 대표적 문장형 제목이다.

독자와 저자 간의 구분이 느슨해지는 출판 시장의 변화도 반영한다. 김도언 삼인출판사 편집장은 “이제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구분이 없이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동시대 독자들에게 익숙한 구어체로 전한다”며 “지혜와 경험이 수평적으로 상향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1980∼90년대 대표적 지성으로 통했던 이어령의 에세이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경우 처음엔 독립출판으로 나왔다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나중에 정식 출판됐다. 과거 대형 출판사 중심의 시장에서 상상하기 힘든 사례다. 이 책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평범한 여성의 상담 기록을 담고 있다. 특별한 사람만 책을 쓰던 시대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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