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여행

선녀의 옷자락인가… 비단결 같은 용담폭포 ‘장관’

충북 제천시 수산면 금수산 용담폭포가 비단결 같은 물길을 늘어뜨리며 장쾌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이른 아침 옥순봉 일출.
 
비봉산에서 본 청풍호.
 
상천리 산수유 열매(위쪽)와 수산리 제비거리의 제비집.




‘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이 들어서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충북 충주·단양·제천을 걸치고 있다. 제천의 수몰지역이 가장 넓다. 청풍마을이 대부분 물에 잠겼다. 제천 사람들은 공식명칭인 충주호보다 청풍호라고 많이 부른다. 그 주변에 청풍면, 한수면, 수산면, 덕산면 등이 걸쳐 있다.

늦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끼려면 청풍호를 찾을 만하다.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고 느릿느릿 걸어도 그만이다. 은은하게 부서지는 호수풍경은 로맨틱하고 환상적이다. 살짝 안개까지 내려앉으면 감성은 한층 고조된다.

호수를 따라가면 볼거리·먹거리가 넘친다. 먼저 제천시 수산면에 있는 금수산(1016m)으로 간다. ‘비단 금’(錦)에 ‘수놓을 수’(繡). 비단에 수를 놓아 펼쳐놓은 듯 아름답다. 금수산은 원래 백운산으로 불렸다. 하얀 구름에 싸인 신비로운 산이라는 뜻이다. 금수산 남쪽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 백운동이다. 조선 중기 단양 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1501∼1570)이 단풍 든 산의 모습을 보고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며 감탄한 뒤 산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등산로가 여럿 있지만 상천리를 들머리로 잡았다.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멋진 풍경을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다. 금수산 최고의 명소 용담폭포다. 용담폭포를 조망하려면 전망대가 제격이다. 가파른 암릉을 오르면 용담폭포와 선녀탕, 단풍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선 굵은 바위가 폭포를 호위하듯 굳건하게 에워싸고 있다. 그 사이로 세 개의 폭포가 세 개의 소(沼)를 이룬 뒤 30m를 비단결 같이 흘러내린다. 선녀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 아래로 선녀의 옷자락처럼 아름답다.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용담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바위 주변 노송과 절벽 아래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가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옛날 주나라 왕이 세수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 했는데 그 폭포가 용담폭포였다고 한다. 또 금수산을 지키는 청룡이 살았는데 주나라 신하가 금수산이 명산임을 알고 꼭대기에 묘를 쓰자 크게 노해 승천했는데, 이때 남은 발자국이 선녀탕이라고도 한다.

시선을 멀리 돌리면 장쾌한 전망이 펼쳐진다.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는 가은산 능선 옆으로 ‘내륙의 바다’ 청풍호가 고요하게 반짝인다. 청풍호 너머 멀리 월악산 영봉이 아스라이 이어지며 수묵화를 그려낸다.

용담폭포 들머리 상천리 백운동마을은 산수유로 유명하다. 봄에 묵은 돌담을 배경으로 골골마다 띠를 두른 샛노란 산수유 꽃이 가을에 빨간 산수유 열매로 변색했다. 점묘화인 양 알알이 맺힌 빨간색이 단풍처럼 곱다.

청풍호를 쉽게 높은 곳에서 즐기려면 ‘청풍호 관광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청풍호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비봉산(531m)을 오르내린다. 걸어서는 약 1시간 거리를 25분 만에 올려놓는다. 수직에 가까운 경사를 오를 때면 아찔함을 준다. 볼록 솟은 정상에 서면 호수를 향해 들쭉날쭉한 땅 모양이 리아스식 해안이나 피오르를 연상시킨다. 청풍호에서 유람선을 타면 호수와 어우러진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제천시 수산면은 2012년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산과 호수, 들판에서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을에 들면 저절로 시간이 더디 흐르길 바라게 된다. ‘느린 마을’을 엿보는 데는 걷기가 제격이다.

수산1리에 제비마을이 있다. 매년 봄이면 제비들이 찾아와 처마 밑 곳곳에 집을 짓는다. 면사무소를 기점으로 200m 거리에 ‘제비집 거리’가 형성된다. 폭 5∼6m의 좁은 도로를 중심으로 미용실과 약국 등 각종 상가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상가와 주택 벽면에는 많게는 3∼4개씩 제비가 둥지를 튼다. 겨우내 조용했던 마을이 순식간에 활기를 띤다. 청풍호 카누카약장, 옥순봉 전통활쏘기 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제천에서는 약선음식으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약선이란 약(藥)과 선(膳·반찬)이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한의학 이론에 근거, 생약이나 약용가치가 높은 식품을 잘 배합해 조리한 영양식을 말한다. 제천시는 약초 관련 교육을 받고, 제천 주위의 약초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대상으로 ‘약채락’(藥蔡樂·약이 되는 음식을 즐겁게 먹는다) 인증을 내준다.

제천시는 브랜드에 알맞은 통일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약채락에 사용되는 대표 양념을 만들었다. 약채락 양념을 응용한 메뉴도 개발할 계획이다. 약채락 브랜드를 사용하는 음식점들이 명칭만 공유할 뿐 대표 음식에 대한 통일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방약초 비빔밥은 약채락 대표 메뉴로, 여행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방약재로 진하게 우려낸 한방백숙(닭백숙, 오리백숙), 건강한 약초 잎을 조리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즐기는 쌈밥정식, 8가지 한약재 양념으로 건강하게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매운 등갈비 등도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빨강오뎅, 용빵, 찹쌀떡, 곤드레컵밥, 약초만두 등 간식도 제천 식도락 여행에서 놓칠 수 없다.

▒ 여행메모
청풍 문화재단지·청풍랜드 등서 가을 만끽
합격·출세… ‘교동민화마을’의 성공 키워드


승용차로 청풍호 주변으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 남제천나들목에서 나와 청풍·금성 방면으로 우회전해 청풍호반으로 접어들면 된다. 청풍대교 앞에서 상천·능강 방면 호변도로를 타면 상천리 진입로를 만난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옥순대교가 있다.

청풍면 교리의 교리가든은 매운탕으로, 학현리의 잠박골가든은 백숙으로 유명하다. 청풍호 주변에 청풍리조트, ES리조트 등 괜찮은 숙소가 많다. 객실창 너머로 물안개 핀 청풍호와 월악산 영봉이 눈에 들어온다. 백운면의 리솜포레스트도 인기다. 원시림 속에 위치해 가을을 만끽하기에도 좋고 박달재가 가깝다.

수몰지역의 문화재 등을 모아 놓은 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랜드 번지점프장도 들러볼 만하다. 삼한시대 수리시설인 ‘의림지’와 ‘교동민화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민화마을의 ‘어변성룡(魚變成龍)’은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뜻으로 합격이나 출세를 상징한다.

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