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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베이징의 한 죽음





1937년 겨울,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망루 옆 도랑에서 19세 영국 여성 파멜라 베르너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얼굴은 심하게 훼손됐지만 값비싼 시계는 손목에 남아 있었다. 그는 영국 영사로 은퇴한 70대 양아버지와 함께 도시 외곽의 외국인 구역에 살고 있었다.

살인범이 잡히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미국 치과 의사가 이끄는 섹스 컬트 집단에 파멜라가 희생됐다거나 영국 군인이 술에 취해 일본 병사를 살해했는데 그 보복을 당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파멜라가 다녔던 톈진 중등학교의 교장이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중국을 떠나자 그를 의심하거나 양아버지와 연결 짓는 추론도 있었다.

중국과 영국 경찰이 사건을 맡아 수많은 용의자를 조사했지만 아무도 기소하지 못했다. 곧이어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사건은 잊혀졌다.

2011년 발간된 폴 프렌치의 ‘베이징의 깊은 밤(Midnight in Peking)’은 파멜라의 죽음을 다시 환기시켰다. 베이징의 후미진 뒷골목에서 벌어진 이 사건을 음침한 이국적 분위기와 함께 묘사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영국 런던 태생의 그레임 셰퍼드는 이 책의 결론에 허점이 많다고 보고 1937년 당시 수사관의 심정으로 재조사에 들어갔다. 그는 3년 동안 중국 영국 미국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의 국가 기록보관소 등을 찾아다니며 미공개된 역사적 자료를 찾았다. 또 파멜라의 삶과 교차하는 인물들의 배경, 특이점, 추론의 허점, 폭력에 대한 동기 등을 해부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결론을 내리고 ‘베이징의 한 죽음(A Death in Peking)’이란 논픽션을 펴냈다. 발생한 지 80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 그가 내린 추리는 맞는 걸까.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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