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싫증나면… “프리우스로 바꿔 주세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차량 소유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도요타는 내년부터 ‘구독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매월 일정액을 내면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보내주는 서비스)와 차량공유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독 서비스의 경우 가입자가 일정 기간 ‘캠리’를 타다 싫증이 나서 반납하고 ‘프리우스’를 새로 받아 타는 식이다. 대상 차량과 서비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내년 1월부터 도쿄에서 시범 운영한 뒤 일본 전역으로 확대할 시기를 결정키로 했다. 이미 포르쉐, 벤츠, BMW 등은 월 150만∼300만원의 회비를 받고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요타는 필요할 때에만 차량을 빌려 타는 차량공유 서비스도 시작한다. 일본의 5000여개 매장에 있는 시승차 4만대를 활용할 계획이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소유’에서 ‘공유’로 경제 패러다임이 이동한다고 본다. 자동차업체만 놓고 보면 차량 판매는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차량공유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은 꿈틀거리고 있다. 공유경제는 상품·서비스 등을 대여하거나 나눠 공급자와 이용자, 중계자가 동시에 이득을 얻는 협력소비활동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PwC)는 세계 공유경제 규모가 2010년 8억5000만 달러에서 2015년 150억 달러로 몸집을 불렸고, 2025년 33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유경제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는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25일 “반도체와 같은 주력 산업이 침체기에 들어서면 한국 경제의 고용은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제조업에서 새로운 고용이 나오는 게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공유경제와 같은 영역에서 서비스업이 발전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유경제는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도 있다. 지방 도시에 부족한 교통·숙박·의료 서비스를 채우는 인프라 역할을 공유경제가 대신 하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의 숙소공유 서비스 ‘투지아’는 개인 간 거래(P2P) 외에도 다주택 보유자와 연계해 공실률이 80%에 달하던 산야 지역의 부동산 문제를 해소했다. 중국 정부는 지방 도시의 의료기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12년 푸젠성 산밍을 의료 공유경제 시범지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헬스케어 컨설팅, 가정의원 서비스를 제공하자 지역 의료보험이 흑자를 기록하고 의료인 수입도 늘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지역 상황·수요를 파악한 뒤 공유경제 서비스를 활용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유휴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표준적인 공유 플랫폼 솔루션을 개발해 배포하는 한편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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